어떻게 나온 그룹인데 이대로는 안 됩니다 여러분!!!
드디어 5월 4일 정오 모두의 기대 속에서 아이오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국민들이 업어 키운 그룹인 만큼 더욱 애정이 가는 이들이기에 기대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사실 프로듀스 101 방송이 끝나자마자 데뷔를 했어야 하는 '아이오아이'는 데뷔곡인 'CRUSH'에 대한 불만의 여론이 등장하면서 타이틀 곡 변경이라는신통치 못한 출발을 해야만 했다. 공개된 컨셉을 버리고 새로운 색을 찾아야만 했기에 조금은 성급하고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아닌 우려가 있었다. 그렇게 멤버들이 직접 고른 곡을 타이틀 곡으로 선정하겠다는 다소 위험한 방식으로 결정된 타이틀 곡명은 '드림 걸즈'. 제목부터 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들어봤다. 두 번째 앨범 이대로는 안 된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이번 타이틀 곡 컨셉은 경쟁 그룹인 트와이스를 겨냥한 듯한 모양새다. 멤버들의 인지도나 화제성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었기에 아이오아이의 입장에서도 전면전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게 더욱 좋으리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물론 확실히 승기를 잡을 기회는 있었다. 상대는 일주일도 더 전에 선보였던 트와이스와 러블리즈, 음원보다는 음반 시장에서 강세를 보일 방탄 소년단이었기에 이전부터 꿈틀거리는 세력을 보여주었던 아이오아이는 성공적인 데뷔를 치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노래가 발목을 잡는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음원 강자인 악동 뮤지션이 차트를 정복하고 있는 동안 아이오아이는 꾸준히 하락 양상을 보이다 이제는 트와이스에게도 밀리는 꼴이 되었다. 승기를 잡지 못한 이유가 노래인 이상 지금 상황에서 롱런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룹 자체의 인지도가 상당한 시점에서 대중들의 반감을 일으키지 않는 수준의 음악만 나왔더라도 지금과 같은 아쉬움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앨범 '크리슬리스'의 타이틀 곡인 '드림 걸즈'는 개성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곡이다. '크러쉬'가 조금 낯선 인상을 주었기에 훨씬 더 대중적인 색깔을 추구한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보다 너무 많이 갔다. 대중적이기보다 오히려 흔하고 지겹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드림 걸즈는 의상이나 안무, 멜로디, 가사 어느 하나 머릿 속에 쉽게 남지 않는다. '드림걸즈'가 반복되는 훅은 경쾌함만 있지 멜로디의 기교가 없어 흔하게 다가오고, 꿈을 예찬하는 가사는 너무도 직설적이라 올드한 감성처럼 느껴진다.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댄스 팝 장르였음에도 이와 같은 결과를 보인건 타이틀 곡 번복과 준비 기간 미숙으로 인한 조금 안일한 컨셉 메이킹 때문이다. 이미 트와이스와 비슷한 코스튬으로 시작하는 시점에서 데뷔곡은 아이오아이만의 확실한 포인트가 돋보였어야만 했다. 그룹 자체의 인기가 있다고 해서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들 곡의 분위기 정도만 보는 것 같지만 컨셉, 내용, 중독성 하나 하나 따져 듣는다.
그렇다면 이들의 마지막 활동(?)이자 두 번째 앨범은 어떻게 나오는 것이 좋을까. 분명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끝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갈수록 사람들의 귀에서 멀어져가는 아이오아이의 활동곡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선명한 컨셉 선정이 필요하다. 꼭 새롭거나 독특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아이오아이를 어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사실 개성에 있어서 새로움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미 개별 멤버의 팬덤까지 존재하는 아이오아이의 경우 숲보다 나무를 보는 경우가 많기에 독자적인 음악 영역보다도 멤버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뚜렷하고도 낯설지 않은 기획이 필요하다. (하긴 곧 사라질 수밖에 없는 그룹이기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을 쉽사리 강조할 수는 없겠다.) 말이 참 어렵지만 차근차근 찾아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뭐 결국 내가 정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적어본다.
이번 아이오아이의 데뷔 앨범은 팬들이 원하는 방향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처음 타이틀 곡이 대중들에게 외면 받은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이는 조금 더 명확해진다. 데뷔곡이 될 뻔한 '크러쉬'는 프로듀스 101의 컨셉 곡 평가 때 좋은 반응을 보였던 '핑거팁스'나 '얌얌'에 비해 덜 '팝'한 인상을 준다. 대중들에게 사랑 받았던 두 곡은 강렬한 색감의 비주얼과 에너지 넘치는 그루브를 지닌 노래였다. 걸크러쉬를 기반으로 멤버들의 생기와 매력을 발산하듯이 만들어진 곡들이라 여성팬과 남성팬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컨셉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크러쉬'는 멜로디 자체가 살짝 시니컬하고 마이너한 느낌이다. 낯설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날이 서있다. 개성과는 별개로 살짝 바뀐 곡의 인상에 대중들은 곧바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게 대중들이 원하는 발랄함을 더해 나온 곡이 바로 '드림 걸즈'다. 하지만 결국 대중들이 선호한 건 단어 그대로의 경쾌함이 아니라 트렌디한 팝 장르에 가깝다. 두 번째 선택 역시 미스(miss)다.
따라서 아이오아이의 두 번째 앨범은 방송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곡들을 위주로 공략하는 것이 좋다. 이미 데뷔곡이 큰 힘을 못 보여준 상황에서 두 번째 앨범은(사실 5월 해체설이 나오는 시점에서 참 불안 불안하다.) 대중들이 당황하지 않고 사랑해줄 수 있는 모습이어야 옳다. 그 중에서도 걸크러쉬 팝은 이미 방송을 통해 검증된 컨셉들 중 팬들이 가장 좋은 반응을 보였던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펑키하고 빈티지한 비주얼에 퍼포먼스 중심의 어필은 명확한 포인트가 있는 구성이기에 지금보다 훨씬 더 선명한 컨셉이다. 11명의 다인조 그룹인만큼 퍼포먼스를 살린 진한 인상의 곡들로 활동을 해야 훨씬 열광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개성에 있어서 새로움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새로움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외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대중들이 받아들이기에 모든 멤버들이 함께 잘 녹아들면서도 실험적이지 않고 힘있는 곡, 그런 곡이 유리 한 것이다. 대표적인 레퍼런스로는 소녀시대의 'I GOT A BOY'나 트와이스의 '우아하게'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말한 두 곡보다는 무난한 구성이어야 하겠다. 사실 두 곡 모두 공개 당시 조금의 거리감을 주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특히나 소시의 '아이 갓 어 보이'는 곡 구성 자체가 단계별로 진행되듯 다채로워서 그 당시 신선했지만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우아하게 역시 컬러 팝 장르로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구성 덕분에 뒷심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전력이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만약 아이오아이가 비슷한 컨셉을 차용하게 된다면 음악적인 시도보다도 강렬한 훅을 중심으로 한 무난한 댄스 팝의 구성이 훨씬 좋다. 이미 화제성이 상당한 그룹이기에 최대한 노래를 듣게끔하는 중독성 위주의 공략이 더욱 효과적이다. 이번 앨범의 아쉬운 지점이 곡의 매력도임을 감안할 때 한 번 두 번 더 듣고 싶은 곡이 나온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곡의 주제도 프듀의 연장선에 있는 '꿈꾸는 소녀들'이 아닌 당찬 대쉬나 유혹의 내용이면 더욱 좋지 않을까 싶다. 주제는 기획이 전하는 느낌을 좌지우지 하는 결정적인 요소기에 결국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까지 언급한 건 두 번째 앨범에 대한 방향보다도 그렇지 못한 첫 번째 앨범에 대한 아쉬움에서 크게 비롯된다. 이와 같은 시도는 이미 첫 앨범에서 이뤄졌어야 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두 번째 앨범을 꾸려나갔어야 했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면 지금에서라도 대중들이 아이오아이를 사랑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앨범을 제작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가 제시한 컨셉이 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팬들이 프로듀스 101의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시점에 한 컴백이기에 그 당시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곡 컨셉들 중 하나로 길을 냈다면 훨씬 안정적인 컴백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멤버인 정채연이 다시 다이아로 돌아간다는 기사 때문에 프로젝트 취지에 대한 왈가왈부가 많다. 엄청난 화제로 탄생한 걸그룹이지만 짧은 활동 기간 덕분에 혹사 논란부터 본적 문제까지 말들 역시 많다. 하지만 이왕이면 세상에 나온 만큼 활동 기간만큼 열심히 좋은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나 프로듀스 101을 챙겨보던 나로서는 자식과도 같은 아이오아이가 티비에도 많이 나오고 좋은 노래로 사랑 받고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은 여러모로 많이 아쉽다. 물론 갑작스럽게 타이틀 곡을 바꾸게 되면서 괜찮은 컨셉을 잡고 나오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계획이 변경된 탓에 여러모로 고생했을 게 눈에 보이지만 조금 더 늦어지더라도 제대로 준비해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이별을 전제로한 그룹이기에 특히 더 싱숭생숭해지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