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파스타를 먹을지 토마토 파스타를 먹을지 30분 고민하는 우유부단함과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모집 포스터를 보자마자 출국을 결정하는 빠른 결단력이 공존하는. 내 마음속 우유부단한 나도 나, 중요한 선택을 고민 없이 결정하는 무모한 나도 나, 물론 그 모든 일의 뒤 수습도 나. 모두 내 몫이었다.
자식의 결정을 100% 응원해주는 부모님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쿨하게 작별 인사를 하셨다. 그렇게 나는 캐나다, 여기 토론토에서 워홀러라는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캐나다에 온지는 9개월 차,
토론토로 지역 온지는 어느덧 4개월 차가 지나는 시점
역시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다시 노잼의 호흡이 시작됨을 느꼈다. 역시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다시 노잼의 호흡이 시작됨을 느꼈다. 뭔가 센치하고,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건 맞는데, 막상 하려고 하면 하기 싫고.. 그냥 때려치우고 잠만 내리 자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빨리,
뭔가,
색다른 도전이 필요한 시점.
그렇게 나는 한국에서도 잘 안 해본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Walk for Memories 2017. Alzheimer society of Toronto가 주관한 행사로, 알츠하이머 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지원하는 기금을 모으기 위한 걷기 프로젝트였다.
행사 당일, 여유롭게 출발해 30분이나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이벤트에 참여하는 워커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돈을 받으면서 하는 일도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도움으로 이 국제적인 행사가 더 멋지게 완성될 수 있다는 것에 신나는 모습이었다. 내게 주어진 포지션은 Marshal, 이벤트에 참여하는 워커(Walker)에게 경로를 따라가도록 길을 만들어주고, 그들이 이벤트를 참여하는 동안 에너지를 유지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갖도록 응원해주는, 쉽게 말하면 응원봉 역할이었다.
모두가 푸르디푸른 티셔츠 위에 하와이안 꽃 목걸이를 달고,
'Way to go'가 크게 쓰여있는 손 모양의 부직포를 열심히 흔들며,
잘하고 있어!라고 소리 높여 응원을 하기도 하고,
묵묵히 지나가는 워커들에게 하이파이브를 연달아해 줬다.
아침 9시에 모여 12시쯤에 끝난 짧은 자원봉사였지만, 치매 환자분들과 가족들이 같이 한마음이 되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울컥하기도 하고, 엄마 아빠가 더욱더 보고 싶어지는 날이었다.
지금은 Covid19로 해외에 나가는 것 자체가 어렵지만
온 세상이 이 역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때 워킹홀리데이를 갈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 힘든 일도 많이 겪게 되겠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을 주는 일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적어도 내게 캐나다에서의 1년은 후회가 없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