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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제시 Oct 27. 2022

생애 첫 개썰매


여전히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는 토론토의 현지 날씨는.. 체감온도는 영하 20~30도를 왔다 갔다 했고, 요 며칠 사이 강한 폭설과 한파로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투잡의 연속 속에서도 조금 여유가 생긴 날, 이럴 바엔 차라리 겨울 액티비티나 시원하게 즐기고 올까?


그렇게 발견한 것이 Dog sledding개썰매이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에서만 보던 새하얀 눈밭 속에서 허스키가 끌어주는 개썰매를 탈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차도 못 모니 무턱대고 혼자 갈 수는 없어서 Meet up밋업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한 그룹을 통해 참가 신청을 하고 투어를 준비했다. 택스 포함 약 215불이라는 참가비..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주체자가 집 근처로 픽업도 하러 온다고 하고, 같이 갈 멤버도 알아서 그룹 지어주니 추억으로 남기기에도 좋아 보였다.



1월 21일 토요일 아침 5시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호롤 부스스 일어나 나갈 준비에 나섰다. 제일 이른 시간대로 신청을 하면 10% 할인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바로 아침 투어로 예약을 했고, 덕분에 평일에도 하지 않는 새벽 기상을 했다. 내의에 롱 패딩에 털모자까지 중무장을 하고 핫팩 2개와 Dollarama달라라마에서 급하게 사온 만 원짜리 스키 장갑을 챙겨 픽업 온 차에 올라탔다. 출발이다.


Sundridge라는 투어 장소, 다운타운에서 차로 3시간 거리다. 먼 거리였던 건 둘째 치고, 가는 길이 워낙 험하기도 했고 몇 번인가 덜컹덜컹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결국 타이어에 문제가 생겨서 2시간이 더 오버해버렸고. 그로 인해 다여섯시간 정도를 밀폐된 차 안에 갇혀있었더니... 멀미에 속 울렁임에 난리도 아니었다. 진심 이 상황 속에서도 헤헤 웃으며 화도 안 내고 얌전히 기다리는 투어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역시 나는 여기서도 한국인의 빨리 마인드를 버리지 못했구나... 를 한번 더 반성하게 된 날이었달까?






그렇게 오랜 인내심 끝에 마주한 귀여운 허스키들



파트너였던 엘레나와 함께 쁘이~v



안전에 대한 내용들, 운전하는 법 등에 대하 10분 속성 교육을 이수하고서야 허스키가 당겨주는 개썰매 탑승 완료! 처음엔 철사슬에 묶여 노동하는 허스키가 불쌍해서, 개썰매에 올라타길 망설였는데, 투어 가이드 말로는, 개들은 눈 위에서 달리는 거 좋아한다고 한다. 다만, 무리하면 안 되고, 하루에 약 3시간 정도 달려주는 게 적당히 좋단다. 오래 하면 개들도 피곤하니.. 개썰매를 잘 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섯 마리의 시베리아 허스키들과의 호흡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흰 눈이 내리자 더더욱 흥분한 개들과 썰매 자세조차 익숙하지 않은 초보 개썰매 꾼인 나... 과연 괜찮은 걸까?


2인 1조가 되어 한 명은 운전을, 한 명은 뒤에 타서 브레이크를 담당하는데.. 뒤에서 두 발을 올리고, 중간에 있는 브레이크를 한 발로 살짝 누르면 속도가 줄고, 두발로 누르고 몸을 뒤로 쭉 당기면 개들이 멈출 거라나? 사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이런젠장할 영어... 몰라 걍 즐겨!!




시원하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묘한 기분과 함께 눈길을 달리는 허스키들 뒷모습을 보니 아, 내가 캐나다에 와있구나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개썰매 완전 신나개~~





한 썰매당 4-6마리의 개들이 끌고 가는데, 성인 2명과 썰매의 무게가 너무 버겁진 않을까 생각했던 첫인상과는 달리 개들이 썰매를 끄는 힘이 너무 세서 코너를 돌 때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허스키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끊임없이 눈밭 위를 질주했다. 매일 달리는 코스라 그런지 개들은 이미 길을 잘 알고 있어 맨 앞에 선봉으로 선 투어 리더의 별다른 지시 없이도 알아서 코스를 달렸고, 나는 뒤에서 '휙~휙~' '렛츠고!' '이지~이지~' '스탑!'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요 4개 멘트만 반복해서 외쳤다. 마치 굿 드라이버가 된 기분이었달까?


스릴을 한껏 즐기며 눈길을 달려 내려오는데, 펑펑 내리는 눈, 눈밭, 또 눈밭. 어딜 봐도 새하얗게 펼쳐지는 풍경은 근심 걱정 모두 버리고 멍 때리게 만드는 예술품이었다. 끝도 없는 숲 속을 달리는 느낌이었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도 똥오줌을 마구 싸 대는 허스키들로 인해 코로 후벼 파지는 악취가 어마어마했지만.. 그조차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눈앞에 펼쳐지는 겨울왕국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30분 코스여서 왕복으로 1시간 가까이는 달린 것 같다. 중간에는 잠깐식 휴식 시간도 가지고 스태프들이 기념 촬영도 해주는데, 나중에 결과물을 받아보니 비주얼이 흡사 환자 수송용 썰매 같았다... 하얀 눈밭을 달리며 꿈만 같았던 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겨울 시즌에만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이고 이색적인 경험이니, 캐나다 워홀러분들은, 꼭 경험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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