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으로 배우는 자본주의
글씨도 잘 못쓰는 초등 1학년이 과연 용돈을 잘 관리할 수 있을까?
물음표에서 시작한 용돈교육이 드디어 한달이 지났다. 부모가 걱정하는 것보다 더 잘 자란다고 했던가. 한 달이 지나고 보니, 아이의 생활 속에는 이미 용돈이 스며들어 있었다. 용돈으로 편의점과 무인 할인점에서 쇼핑하는 재미를 알아버렸다. 얼마 전 함께 간 무인 할인점에서 계산도 척척 하는 모습이 너무나 익숙해보였다. 이렇게 사회성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 돈'을 써서 무언가를 사는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의 용돈은 일주일에 고작 1,500원이다.
부족한 돈으로 사고 싶은 걸 다 살 수 없으니, 아이는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아이에게는 이미 방법이 있었다.
집안일을 돕고 용돈을 버는 것!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로 시작했던 집안일 돕기가 이제는 제법 진지한 '돈벌이 활동'이 되었다. 주말이면 아이는 부쩍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용돈을 벌기 위한 일들을 하겠다고 나섰다.
"엄마~ 오늘 아침은 제가 차리면 안되요?"
"지금 신발 정리해도되요?"
"이불정리 하면 용돈 줄꺼죠?"
요리하기: 밥상 차리기나 간단한 요리를 도와주며 기분 좋게 용돈을 벌다 +200원
신발 정리하기: 현관이 깔끔해질수록 아이의 지갑도 두둑해졌다. +100원
이불 정리하기: 잠자리가 정돈되니 아이의 마음도 흐뭇했을까? +100원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집안 거울 좀 닦아줄래?"라고 제안하자 아이의 눈빛이 번뜩였다.
거울 닦기는 용돈게시판에 없는 항목이지만, 아이의 머리 속엔 용돈을 벌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엄마, 그건 좀 힘든데... 거울이 우리 집에 4군데니까 400원 주면 안 돼?"
아이의 흥정 스킬이 발동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몸값(?)을 올리며 더 큰일을 맡고 더 많은 용돈을 벌어가는 모습이 제법 능숙하다. 그렇게 여러가지 집안일을 완수하고 주말 하루 만에 1,200원을 벌었다!
그렇게 주말에 열심히 번 용돈은 평일에 빛을 발한다.
아이는 친구들과 무인 할인점이나 편의점에 가서 먹고 싶은 간식이나 작은 장난감을 사는 재미를 누린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면 지갑을 들고 뛰어나가는 뒷모습에 즐거움이 느껴진다.
돈을 벌기 위해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고 이젠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선다. 100원짜리 몇 푼으로 뭐가 달라질 세상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성인이 되었을 때 아이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부모의 재력만 쳐다보면서(재력이 있으면 다행이다) "부모니까 내가 돈이 부족하면 돈을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게 만들지 말자라는 게 나의 교육철학이다.
지금 이렇게 집안일을 하면서 돈을 번 아이는 커서도 아르바이트나 회사생활을 하며 돈을 벌고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 그 속에서 배운 스킬과 돈에 대한 관념이 계속 이어져 탄탄한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된다.
내가 가진 능력에 따라 돈을 벌 수 있고, 돈을 굴릴 수 있으면 그 사람은 돈을 불릴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내가 가진 몇 백원이 무인 할인점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 돈이 달콤한 간식을 획득할 도구라는 것을 완벽하게 알았다.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돈을 주는 어른에게 활짝 미소를 지을 것이고, 길에서 돈을 줍게되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사실 이건 용돈 교육을 하지 않더라도 알게 되는 "돈 맛"이다. 나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도구. 돈은 그런 존재다.
내가 원했던 건 돈 맛이 아니라 "돈의 소중함"이다.
아이에게 수동적으로 저축과 투자를 알려준다면 아이는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까?
마트에 가서 먹고 싶은 건 그게 얼마든 부모 카드로 척척 살 수 있는 아이.
떼만 쓰면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살 수 있는 아이.
이런 아이라면 내 주식 통장의 돈의 크기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무슨 관심이 생길까?
"투자 해야해" "주식해야 해" 라고 아무리 말해봤자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런 아이에게 부모가 대신 저축하고 주식을 사준다면 아이가 고마워 할까?
돈의 가치를 아는 것은 결핍을 통해 배울 수 있고, 그 결핍은 100원짜리를 모아 만든 용돈으로 아끼고 모으고 소중히 쓰는 과정에서 알게 된다. 능력에 따라 내가 가질 수 있는 돈의 한계가 분명히 있고 나의 노동 가치는 얼마인지 아이는 그 속에서 깨닫는다.
아이는 이제 100원 하나도 소중히 다루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에게 "투자"를 알려주기 전에 돈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 투자로 벌게 될 돈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를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