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반드시 배워야 할 절제력

용돈으로 배우는 자본주의

by 찐지니



용돈으로 배우는 첫 경제 수업



아이가 처음 용돈을 받기 시작한 건 몇 달 전이었다. 돈을 받는 초반엔 받으면 쓰기 바빴다. 그러다 친구들보다 용돈이 작다는 걸 알고는 돈을 어떻게 써야 돈을 더 많이 받는 친구들처럼 돈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하하기 시작했다. 용돈을 벌고, 모아쓰면서 1학년다운 요령이 하나씩 늘어났다.


그러나 하나의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만원이 넘는 비싼 장난감이 사고 싶어진 것이다. 만원이 넘는 물건을 사기엔 1,500원이라는 용돈은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장난감 가게에서 한참을 만지작 거리더니 포기하고 나왔다. 그 장난감이 눈에 선한지, 어린이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묻더니 어린이날 선물로 사달라고 하기엔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한다고 풀이 죽었다. 그러나 얼마 전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엄마, 저번에 본 장난감 사고 싶어! 근데 돈이 없어."

그 말을 듣고 나는 웃으며 물었다.

"그 장난감은 얼마야? 그리고 지금 네가 가진 돈은 얼마나 돼?"

아이는 잠시 계산을 하더니, 당장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아이는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그 장난감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는 한참 생각하더니 답했다.

"돈을 모아야 해. 그동안 다른 건 안 사야겠지? 근데 그래도 너무너무 많이 기다려야 해. 그건 너무해"


그 순간 우리 아이는 "절제"라는 중요한 개념을 배우게 된 것이다. 당장 사고 싶은 걸 참아야 한다는 건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





절제를 배우는 작은 실험



그날 이후, 우리는 함께 저축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작은 노트를 하나 준비해서 목표 금액과 매주 저축할 금액을 적어 내려갔다. 아이는 용돈의 절반인 700원을 저축하기로 하고, 나머지로 간식을 물건을 사는 데 쓰기로 했다.


우리는 아이의 저축을 응원하기 위해 장난감 가격의 절반을 지원해 주겠노라 했고, 아이는 좀 더 힘을 내었다.

"엄마, 이제 얼마 남았는지 볼래!" 아이는 매주 저축노트를 확인하며 모아진 금액을 체크했다. 목표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 보면서 스스로 뿌듯해하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그러나 저축을 성공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어느 날, 아이는 친구들과 편의점에 갔다가 사고 싶은 과자를 만났다. 친구들은 선뜻 과자를 고르지만 아이는 그러지 못했다. 지금 사면 저축이 늦어질 거야라고 말하며 과자를 내려놓았다.


혹자는 아이에게 너무 냉정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돈 몇 푼으로 친구들 앞에서 아이의 기를 죽여야겠냐고. 하지만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아이가 '절제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음을 실감했다.


"가난을 대물림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가난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면,
진짜 부자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에서는 가난으로 경제적 독립심과 생존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돈을 절제하는 방법을 모르고 돈을 다룰 줄 모른다면 부를 물려주더라도 결국 그 부를 지키지 못한다.





목표를 이루는 기쁨



저축을 시작한 지 몇 주가 지나자 아이의 저축액은 점점 더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엄마, 이제 얼마 남았는지 계산해 봐!"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 우리는 아이의 얼마 남지 않은 작은 성공을 축하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저축 목표액의 고비를 넘길 때마다 작은 칭찬과 보상을 해주었다. 만원을 달성했을 때는 붕어빵을 사주고, 목표의 절반을 달성했을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선물했다.


마침내 아이는 원하는 장난감을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았을 때, 우리는 함께 장난감을 사러 갔다. 아이는 그 장난감을 손에 들고서 "내 돈으로 샀어! 엄마가 절반을 내 준 거긴 하지만, 내가 열심히 모아서 산 거야!"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 노력의 결실을 맛보는 법을 배운 것이다. 사이사이 보상을 주는 그 돈이면 그냥 사주면 안 되나?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중요한 점은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다.


어릴수록, 그리고 처음이라면 목표가 되는 물건은 되도록이면 저렴한 것으로 유도해서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도록 해줘야 한다. 큰 목표를 달성해 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처음엔 해내는 기쁨을 맛보게 해 주는 게 중요하다. 도전해 볼 때는 이 점을 꼭 유의했으면 한다.





용돈 교육이 가르쳐준 것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몇 가지 중요한 걸 배웠다. 우선,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참는 법을 알게 됐다. 욕구를 조절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몸소 느낀 것이다. 사실 물욕을 조절하는 건 어른인 나도 힘들다. 부모의 의지에 의한 절제가 아닌 스스로 조절하는 절제를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다.


그리고 저축이라는 게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게 아니라, 목표를 이루는 즐거운 과정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돈을 계획적으로 쓰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는 무작정 돈을 쓰기보다 "이걸 사면 저축은 괜찮을까?" 하고 스스로 묻곤 한다.



우리는 아이가 저축 목표를 달성했을 때, 우리는 그 장난감을 사러 가며 아이의 성공이 얼마나 대단한 결과인지를 말해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와 용돈을 통해 경제교육을 시작하려는 부모들에게 말하고 싶다. 아이와 함께 저축 목표를 세우고, 절제와 계획의 중요성을 가르쳐 보자.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루는 과정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고, 나아가 돈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이다.


부모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이가 이런 과정을 즐기도록 돕는 것이다. 함께 목표를 세우고, 조금씩 쌓아가는 과정을 응원하고, 고비마다 작은 성공을 함께 축하하는 일.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다.

그러나 이런 응원과 축하가 "스스로 부를 일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다.





다음 목표를 향해



아이는 장난감을 사고 난 뒤에도 다가올 가족의 선물을 사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우리는 다시 노트를 꺼내 목표 금액을 적고, 저축 계획을 세웠다. 아이는 이번에도 절제를 배우고, 계획적으로 돈을 모으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


이런 작은 경험들이 모여 아이가 성장하면서 돈을 더 현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거라고 믿는다. 부모로서 아이가 돈을 대하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돈에 대해 무지한 아이가 있다면, 아이와 함께 이런 여정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그림은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 이카로스가 태양에 가까이 날다 떨어지는 모습을 묘사한 '이카루스의 추락'(마르크 샤갈) 입니다.

keyword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