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엄마가 모두 떠났습니다
아빠 엄마는 이 세상을 떠날 때마저 자식들을 위한 날을 잡으셨다.
아빠는 2016년 3월 2일,
엄마는 2025년 3월 6일.
자식들뿐만 아니라 손주들까지도 배려를 다 하셨다.
3월 초 학기 시작하자마자 아이들이 더 바쁘기 전에 서둘러서 정리(?)를 해주신 거다.
아빠와 엄마를 다 떠나보내고,
오십이 다 된 오빠와 나는 고아가 되었다고 슬퍼했다.
첫째와 둘째가 이래서야 원...
어이가 없는 거지!
동생 둘은 오히려 의연하다.
우리 사남매는 9년 전에 떠난 아빠의 남은 흔적들과 엄마의 짐과 추억들을 정리하는 중이다. 두 분의 물건들을 보면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살아계실 때, 곁에 있을 때나 잘 할 것이지, 뭘 이제 와서 후회하고 반성을 하는 건지... 두 분이 다시 돌아와도 또 그렇게 할 거면서...
엄마의 49제가 아직 남았지만, 엄마를 보내면서 좋은 것만 남기기로 했다.
아래는 엄마의 장례식이 끝난 후 쓴 글이다.
엄마 덕분에 2박 3일 동안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남매는 여섯 식구 옛 사진을 꺼내볼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엄마도 아빠도 있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린 부부. 엄마와 아빠 사이에 있는 사남매는 햇빛에 눈이 부신지 인상을 쓰고 아무렇게나 섰다. 사진 찍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는 네 명.
오빠 아들인 일병 큰 조카가 휴가를 받고 와, 꼭 안아주었다. 오빠의 친구들과 동생들 친구들을 만나 옛날이야기를 하며 즐거웠다.
엄마 덕분에 친가 친척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재들과 고모들을 만났다. 고모들을 보니 함께 살았던 마당 넓은 집이 생각났다. 기억에서 잊혔던, 먼 친척 고모의 아들을 만나 옛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는 쪼매난 아이였는데, 어느새 중년 아저씨가 된 건지... 지금은 우리 집 근처에 살고 있단다. 좁은 세상이다!
엄마 덕분에 외가 친척들도 모였다. 이모 아들들을 만나 함께 뛰어놀았던 때 이야기를 나눴다. 3년 전에 먼저 떠난 이모는 우리한테는 천사였지만, 아들들한테는 무서운 엄마였다고 한다. 믿을 수가 없다. 몇 달 전에 먼저 떠나신 둘째 외삼촌과 멀리 나오시기 힘드신 첫째 외삼촌은 만나지 못했다. 막내 외삼촌과 외숙모를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외삼촌이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우리 엄마가 세 살 어린 외삼촌을 업어서 학교에 데리고 갔다고 하셨다. 그 집 아들은 어렸을 때 만나서 지금은 길 가다가 못 알아볼 정도이지만, 만나서 반가웠다. 아가였던 그 아이가 벌써 42세라니...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사이가 되었다. 큰 외삼촌 아들인 외사촌 오빠는 우리 사남매가 치킨을 어찌나 작 먹었는지,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큰집, 작은집 등 여러 외사촌 오빠들과 외사촌 언니를 만났다.
엄마 덕분에 한동안 못 만났던 지인들과 친구들을 만났다. 둘째 아이의 친구가 식장에 교복을 입고 엄마와 왔다.
엄마 덕분에 남편 친구들도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20대 후반에 함께 술 마시고 놀러 다녔었는데 말이다. 술친구였던 남편 친구의 전 여친 이야기도 툭 튀어나왔다. 그때의 흑역사를 생각하며 함께 웃었다.
엄마 덕분에 코드 블루를 드라마가 아닌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다른 곳에 가 있으라고 했지만,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었다. 엄마가 떠나는 그 시간에 우리 사남매가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엄마는 우리를 못 알아봤지만.
엄마 덕분에 1월 초에 후쿠오카로 모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엄마는 몸이 안 좋아서 망설이다가 막상 여행 준비를 하다 보니 행복해했다. 나도 기뻤다. 그게 엄마와의 마지막 여행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엄마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엄마는 그 자리에 없었다.
아니, 함께하고 있었다.
그 자리의 주인공이었다.
엄마의 사진이 무대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으니까.
무엇보다도, 엄마 덕분에 우리는 잘 살고 있다.
부디 다른 세상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걷고 달리며,
때로는 날아다니기를!
생과 사 아닌, 생(生)과 졸(卒)로 유골함에 쓰여 있듯이,
이번 생을 졸업하고 다른 생에서는 자식이나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기를...
9년 전 이맘때 떠난 아빠와 만났을까?
두 분이 모두 많이 웃고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