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배운 것 [7]
‘군 장병을 위한 자기계발 플랫폼’ 앱 서비스 기획으로 공군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이후, 국방부 결선 대회와 범부처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2022’ 참여를 위해 멘토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멘토님께서 뼈 있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이 공모전을 통해 정말로 창업을 하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수상과 경험, 포트폴리오가 목적이었나요?” 저는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전역 이후로도 5년, 10년을 몰두할 수 있을만큼 이 아이템을 신뢰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다만 공모전이라는 너무 좋은 기회를 군생활 동안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그렇게 말씀드리니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밖에서 이 지원사업을 하면 절박해져요. 부러워서 하는 얘기에요. 밖에서 직원들 월급 줘야 되고 진짜로 이 사업을 살려야 하는 상태에서 이런 걸 하면 정말 절박해요. 지금처럼 군생활 중에, 되면 좋고 안 되면 아쉬운 그런 여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 게 아주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창업을 한 번 한 것과 거의 같은 경험과 배움을 얻게 될 수도 있구요. 경험 쌓는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베스트로 해봐요.”
그 말씀에서 저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마인드의 차이구나. “한 번 경험해봐야지”하고 손만 올려놓는 것과,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것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범부처대회에서의 수상 성과로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1년간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수많은 멘토님들께 피드백을 들으며 장표와 사업계획서를 가다듬었고, 저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판단해보건대, 저는 어떤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그럴 듯 해보이게’ 만드는 것에 소질이 있습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포장’을 잘 하는 것이고, 좋게 말한다면 ‘엣지를 만들 줄 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디자이너만큼 디자인 실력이 출중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깔끔해보이게 만들 수 있고, 카피라이터만큼 멋진 문장을 쓰진 못하지만 항상 스토리가 있는 피칭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대회를 하며 새로운 멘토님을 만날 때마다 “매년 군 장병들의 자기계발 관련 사업 아이템을 들고 오는 팀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올라온 팀은 처음 본다.”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강점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엣지를 더해 스토리로 풀어내는 것. 또 제가 가진 이러한 능력은 어떤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팔아서 돈을 벌 것이냐”입니다. 저희의 아이템은 고객이 느끼고 있는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기획하고, 어떤 시장에 진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했지만 가장 핵심적인 수익화 전략과 성장 전략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국방부 대회 이후의 가능성까지 심어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완더스를 준비하면서 여러 지원사업과 피칭을 준비할 때에도 비슷한 피드백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뭘 하려는지는 알겠는데, 그걸로 정말 돈을 벌고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가설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제가 앞으로 보완해야 하는 능력은 겉을 멋지게 만드는 것보다 정말 내실이 있는, 통하는 기획을 해나가는 능력인 것입니다.
멘토링을 할 때마다 깨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리한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웅얼거리며 대답하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돌이켜보면 완더스 때도 그랬지요. 그러나 이번에는 그게 힘들지 않고 오히려 재밌었습니다. 멘토링을 하다보면 전혀 처음 듣는 이론적 내용이나 용어를 말씀하실 때가 많습니다. 완더스 땐 그럴 때마다 아는척을 했습니다. 아아 네네 하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준비되지 않는 질문이 들어와도 최대한 포커페이스 하면서 다 생각하고 있는 척 했습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그럴수록 손해라는 걸 배웠습니다.
멘토링을 거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게 멘토든 누구든 의외로 사람들은 모른다고 하면 주절주절 가르쳐줍니다. 적어도 제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아는 척 하다 나중에 들키는 것보다는, "잘 모르는데 조금만 알려주세요"하고 초롱초롱한 눈빛과 메모하는 모습과 질문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훨씬 싸게 먹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타이밍과 분위기를 잘 봐야겠지만 말입니다.
멘토링을 할 때나 업무를 할 때나, 들은 내용을 내가 이해한대로 다시 요약하고 “이게 맞나요? 이렇게 하면 될까요?” 다시 한번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의식적으로 한 건 아닌데, 제가 그러고 있다는 걸 창업경진대회 준비하면서 알았습니다. 한 멘토님이 그 부분을 칭찬해주셨고 아 이게 맞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해야 배우는 게 있습니다. 최선을 다 해야 실패해도 얻는 게 있습니다. 자기계발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뭐든 잘 하려고 하는 사람은 잘 하게 되는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현재 군복무를 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꼭 공모전에 도전해보라고 말합니다. 특히 창업경진대회는 앞으로 창업을 진로로 두고 있지 않더라도, 큰 도움과 자산이 되는 공모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여나 이 글을 읽는 장병분들이 있다면 꼭 한번 도전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비트윈', ‘타다’ 등의 서비스를 런칭한 VCNC 박재욱 대표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매년 올해의 배움 10가지를 정리하여 올리시던 것에서 영감을 얻어, 2021년부터 2년째 진행하고 있는 연말정산입니다. 한 해 동안 배운 10가지를 선정해 정리하고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