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영화라는 이름에 갇혀 실종된 세련미

<좀비딸>

by 진 jin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올해 최단기간 최다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는 <좀비딸>의 뉴스를 접하면서 나와 그 수많은 관객과의 간극이 생생해진다. <좀비딸>의 미덕은 이미 많은 관객 수로 증명되고 있으니 내가 느낀 아쉬움만 잠깐 말해볼까 한다.


<좀비딸>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작년에 개봉했었던 <파일럿>이다. 다행히(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OTT로 본 덕분에 본전 생각은 덜 했었다. <파일럿>은 내가 조정석 배우의 팬임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작품 선택을 원망하게 만든 영화다.

'21세기에 이런 영화를 지금 이렇게 만든다고? 이게 말이 돼?'

90년대에 할리우드 영화에서 본 소재와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파일럿>을 떠올리게 만든 <좀비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인으로부터 <좀비딸>이 웹툰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들었을 때 궁금했었다. 웹툰이 정말 재미있었다며, 캐스팅 싱크로율도 '장난 아니다'라는 말까지 들은 터였다. 웹툰을 보지 않은 나로서는 어느 정도 찰떡 캐스팅인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일단 등장하는 거의 모든 배우가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이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러나 오프닝이 끝나자마자 <파일럿>이 떠올랐으니, 마음이 착잡했다.

좀비딸1.jpg 출처 : 네이버

영 재미없었냐고? 그건 아니다. 깔깔거리며 웃은 장면도 몇몇 있었다. 그런데 초반부터 영화적 허용이라고 치기에는 개연성 부족이 자꾸만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좀비들한테 물리지 않으려고 좀비 흉내를 내며 빠져나온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예고편만 봐도 이 영화의 색깔이 너무나 분명했었는데 나는 전형적인 좀비 영화를 기대했었던가.


<액시트>와 <파일럿>에 이은, 이른바 조정석 표 연기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 <좀비딸>에서 조정석 배우의 열연을 보면서 나는 왜 '재능 낭비'라는 단어가 떠올랐을까? 물론 그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잘 보여줬다. '납득이' 시절부터 지켜봐 왔고, 예능을 포함한 그이 필모그래피 대부분을 봐왔던 팬임에도 오프닝이 끝나자마자,

'이런 연기는 그만 보고 싶다.'

고 생각했다. 그냥 딱 조정석 표 영화, 우리가 이미 지난 작품들에서 숱하게 봐왔던 연기로 그는 <좀비딸>을 끌고 가고 있었다. 물론 이정은 배우나 윤경호 배우 모두 익히 알다시피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고 이 영화에서 그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조정석 배우가 주연배우이다 보니 영화의 중심이 조정석 배우인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였을까. 조정석 배우의 연기는 '아는 맛'이랄까. 그의 연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조정석'이라는 배우를 응원하는 팬으로서, 그가 새로운 작품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른 색깔의 연기를 보여줬으면 한다.

common (3).jpg 출처 : 네이버

원작인 웹툰을 보지 않아서 원작의 결말도 모른다. 어떻게 끝이 날지 궁금해하며 극의 전개에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조여정 배우는 이야기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초반 부분의 흥미로움도, 내 가족이 좀비가 되었을 때 선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작가의 주제 의식도 신파적 이야기 흐름 속에 묻혔다.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꽤 있다는데 전혀 슬프지 않았다. 중간중간 굳이 넣어야 했나 싶은 장면들, 예를 들어 딸 수아의 짐을 가지러 가서 추억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린다든지 하는 장면은 그냥 넘어간다 치고서라도 엔딩 부분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원작의 결말이 궁금해질 정도로. 앞에서도 말했지만, 개연성 문제가 계속 눈에 걸린 것은 개연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쉬운 엔딩도 한몫한다. 아빠한테는 총을 쏘고 정작 좀비인 딸에겐 총을 쏘지 않는다든지. 차라리 아빠가 총을 맞고 죽는 것으로 끝을 내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가족영화를 만들려다 보니 주인공을 죽일 수도 없고, 눈물을 쏟게 만들려니 신파가 작동하는 기이한 원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개봉 11일 만에 관객 수 300만을 넘겼다는 <좀비딸>을 마냥 좋게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전지적 독자 시점>에 비해 <좀비딸>이 상대적으로 큰 호평을 얻고 있는데, <좀비딸>도 과연 각색이 완벽했냐 하면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웹툰의 영화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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