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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니 Mar 22. 2021

벚꽃은 역시 집 앞 벚꽃이 최고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어느새 어김없이 벚꽃이 피는 계절이 돌아왔다. 내년 이맘때쯤엔 드라이브 스루가 아니라 진정한 벚꽃놀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작년 기억이 떠오른다. 기약 없이 휴정과 재택근무를 반복하던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보면, 그나마 생각보다 빨리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기에, 좀 더 희망적인 봄이라고 해야 할까?


매년 집 앞에 핀 한 그루 벚꽃 나무를 발견하면 꽃 보러 가자고 가족들을 재촉하게 된다. 어제도 비가 그치자마자 집 근처에 있는 한밭수목원으로 달려갔다. 한 그루 벚꽃도 예쁜데 벚꽃나무가 몰려있으면 얼마나 더 예쁠까 잔뜩 기대하면서.


그러나 아쉽게도 한밭수목원의 벚꽃나무들 중 벚꽃이 핀 나무는 10그루 중 1그루 정도? 생각보다 꽃이 많이 피지 않았다. 조금 실망이었다. 오랜만 비가 갠 푸른 하늘은 동화 속처럼 아름다웠지만.


매년 그렇다. 벚꽃놀이를 다녀오는 길엔 항상, "역시 우리 집 앞에 핀 벚꽃이 제일 예쁘다"라고 말한다. 그래 놓고, 집 앞 벚꽃이 피면, 또 어딘가 먼 곳의 벚꽃을 보려고 길을 떠난다. 여행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다가도, 집에 돌아오면 "역시 집이 최고"라고 느끼는 것처럼. 파랑새를 찾아 먼 길을 떠났다 집에 돌아와 보니 집에 파랑새가 있었다는 치르치르와 미치르처럼.


왜 집 앞 벚꽃이 가장 예쁠까? 그건 아파트 단지 안이 산이나 공원보다 따뜻하고 볕이 잘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 그러고 보니 아파트 단지엔 나무가 적으니까 나무 한 그루에 닿는 햇볕 면적이 더 많겠다. 그리고, 주거지 근처이다 보니 허허벌판보다 더 따뜻하겠고.


사람 사는 곳에 온기가 있다는 말이 정말인가 보다. 사람이 싫어져 훌쩍 떠났다가도 혼자 적막 강산에 덩그러니 있다 보면, 슬그머니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도, 그 온기가 그리워서 일까?


이제 너무 서둘러 훌쩍 떠나는 버릇도 좀 고쳐야겠다. 집 앞에 핀 벚꽃나무부터 좀 찬찬히 살펴보아야 하겠다. 그래도 내년이 되면 또 잊어버리고 허탕을 치겠지? 그리고 또 돌아와 "벚꽃은 집 앞 벚꽃이 최고!"라고 할 거다.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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