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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니 Oct 10. 2022

비 오는 연휴 마지막 날, 긴 터널의 끝에서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연휴 마지막 날, 남편이 국감 대비 때문에 회사로 날밤 새러 가버렸다. 졸지에 연휴 과부가 된 나는 애들을 데리고 공주에 있는 자연휴양림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후드득 떨어진다.

"이러다 그치겠지?"

"응?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한데?"

기대와 달리 비는 점점 더 쏟아져 내렸다.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는 나이인 딸이 갑자기 킥킥 웃었다.

"아니, 근데 난 이 상황이 웃겨."

"그러게. 왜 내내 맑다가 놀러 나오니까 이래?"


급히 목적지를 세종 국립수목원으로 바꿨다. 실내 온실 있어서 비가 와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오, 그럼 실내도 볼 수 있고, 야외도 볼 수 있고 더 좋네!"

"그래. 인생은 어차피 예기치 않은 일들의 연속이야. 근데 그때마다 짜증내고 투덜대면 얼마나 시간낭비야?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걸 발견하면 늘 행복할 수 있겠지?"

긍정적인 딸이 기특해서 말했다.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푸른 하늘이 보였다.  넓은 정원을 산책하는 내내 해가 비쳤다. 아이들은 우산으로 칼싸움도 하며 강아지(이제 큰 사냥개 두 마리)처럼 뛰놀았다.


집에 가는 길, 갑자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이상한 날이다. 언제 파란 하늘이었나 싶게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급기야 우박까지 쏟아진다. 딸이 조금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다행히 터널 안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큰 비와 우박을 간신히 피했다. 터널이 길게 이어졌다.


"이 터널이 끝나면 비가 그쳐있으면 좋겠다!"

"진짜!"

신기하게 소원이 이루어졌다. 터널이 끝나자 그렇게 무섭게 쏟아지던 비가 그쳐 있었던 것이다. 차 왼편으로는 먹구름 사이로 은총처럼 햇살이 내리비추고 있었다.


"꼭 기억해. 너도 살다 보면 큰비가 올 때도 우박이 떨어질 때도 있을 거야. 하지만 하나님이 너를 보호하는 터널을 만들어 주실 거야. 그리고 터널이 끝나면 비가 그쳐있을 거야. 나중에 너무 어렵고 힘들 때, 오늘을 꼭 떠올려봐~"

딸은 "응!"이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힐끗 백미러를 보니 아들은 입을 벌리고 잠들어 있다. 우박이 떨어져도 잠드는 무신경이면 뭐 엄마 조언도 필요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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