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을 앞두고 학교와 학원 설명회를 쫗아다니며 어느 학교를 보내야 할지 고민하던 지난여름, 아들은 문득 기숙형 기독교 대안학교에 꽂혀 편입을 하겠다고 했다. 대안학교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실로 오랜만에 보는 아들의 생생한 얼굴,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에 홀려 어느새 지원서를 쓰고 말았다.
아들이 기숙사에 입소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한 달에 한번 나오는 외박도 벌써라고 느껴질 만큼, 아이도 나도 익숙해진 것 같다. 오히려 사춘기 아들과 오랜만에 만나니 더 애틋해진 느낌이다.
며칠 전 주일밤늦게 갑자기 기숙사에서 아들이 전화를 했다. "엄마! 나 초록색 티셔츠 내일까지 보내줘야 돼. 화요일 예술제 때 단체티로 입어야 되는데 검은색 옷밖에 없어!" 아들 학교는 충북 음성 시골에 있어 쿠*로켓배송도 안되고... 천상 퇴근 후에 직접 갖다 주는 수밖에 없었다.
캄캄해진 고속도로를 달리니 저질체력이라선지 졸음이 쏟아지고... 겨우 휴게소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났다. 이제부터는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인데 학교 도착 직전에 작은 고개도 넘어가야 한다. 처녀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시골밤길을 달려 드디어 학교 도착!
그런데 밤이라 경비실도 문을 닫았고 기숙사 선생님도 통화불가 시간이다. 자세히 보니 주차장 옆 운동실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태권도 연습을 하고 있다. 주차장과 운동실을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에 매달려 더 자세히 보니 아들 반 아이들이다!
"얘들아~ ***이좀 불러줘~!!" 다행히 아이들이 내 목소리를 들었다. 몇몇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 인사했다. 멀뚱히 큰 키의 아들 녀석도 쭐레쭐레 나왔다.
"이거면 괜찮아?" 티셔츠를 펼쳐 보이며 물었다. 사실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춘기 녀석이 타박할까 봐 두 벌이나 인터넷 배송을 시켜놓고, 혹시 몰라 집 앞 쇼핑몰까지 가서 또 사온 옷이었다. 다행히 합격이다.
"아들~허그~"하며 두 팔을 벌렸지만, 아들은 친구들 눈치를 보며 도망가버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철조망 너머로 구경했다. 음악과 태권도 구령에 맞추어 어찌나 절도 있게 열심히 연습하는지... 이렇게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해 가겠구나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또 긴 밤길을 가야 했기에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