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가 서로 화해하기까지

by 찐니

살면서 만난 어른들은 내게 늘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 직장에서는 상급자가 일을 더 잘하라고 했고, 퇴근하면 친정어머니가 살림과 육아에 더 신경 쓰라고 했다. 늘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법원에서 상임조정위원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상급자에게 뜻밖의 말을 들었다. 조정이 잘되지 않아 속상해하던 내게 조정위원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잘 안되면 이렇게 해보라는 조언이나, 다른 방법을 알려주실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말씀하시니 순간 긴장이 풀렸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동안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잘 된다’고 믿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은 늘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최선을 다해 재판을 준비했지만 소송에서 패소하기도 하고, 친구에게 잘해주었다고 생각했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멀어지기도 한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은 조정 업무에서 특히 분명해졌다. 내가 합의를 시키려고 열심을 낼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합의하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결국 선생님이 선택하실 문제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생각을 내려놓고,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한 사건들이 의외로 잘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설득하려 애쓰는 태도를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설득의 출발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할까?


열심히 하려고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마음이 경직된다. 부담감이 앞선다. 그러면 나를 마주한 상대방도 함께 불편해진다.


그래서 나는 퇴근 후 공원을 산책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데 신경을 쓴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고, 그 말 속에 숨겨진 마음을 읽을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때로는 조정실에 미리 편안한 음악을 틀어두고, 따뜻한 차를 준비해 두기도 한다. 조정 성립 여부를 떠나, 힘든 소송으로 지친 분들이 그 시간만큼은 편안히 머물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조정 성과를 높이려는 욕심이 앞서면, 그에 비례해 저항과 불만도 커진다. 불만에 가득 찬 민원인의 주장에 열심히 반박한다고 해서 그가 수긍할 리 없다. 오히려 목소리가 커질수록 침묵하고 경청하면, 어느새 큰 목소리가 잦아들고 미안하다는 태도로 바뀌는 순간을 여러 번 경험했다.


생각해보면 자녀 양육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은 열심이 오히려 아이를 주눅 들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 때가 있다. 내가 열심히 할수록 기대도 커지고, 아이는 그 기대만큼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배우자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내 뜻대로 상대방을 움직이려고 하다보면 서로 괴로워진다. 내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되, 상대방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여유를 가지고 존중하는 것이 결국 서로 윈윈하는 부부관계를 이루어가는 길인 것 같다.


“안 위원은 이것저것 다 너무 잘하려고 해서 본인이 더 힘들 것 같아. 조금 내려놔도 돼요. 모든 사람에게 좋게 보일 필요는 없어요.”


위원장님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종종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왜 주책 맞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제는 나 역시, 사람간의 갈등을 해결해가는 조정이라는 업무를 통해 일상의 평화를 이루어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내 앞에 있는 동료, 후배, 가족들에게 이런 말을 넌지시 건네 보면 어떨까?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하고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해요.”라고 말이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68882911&code=11171362&sid1=col&sid2=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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