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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니 Feb 11. 2019

호텔 티비 브라운관이 깨진 사연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5


내 딸아이가 멀미가 심해 한동안 가족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ktx 강경선이 생겨 자동차 없이도 강릉 여행이 가능해 진 것이 아닌가. 옳다구나! 온가족이 오랜만에 기차여행을 떠났다.

 

푸른 동해바다도 보고, 맛있는 회도 먹고, 서울에서라면 상상치 못할 깨끗하고 사람도 없는 드넓은 찜질방에서 찜질도 했다.


그런데 폭신폭신한 호텔 침대에서 잘 자고 일어난 아침,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딸아이가 머리 방울을 빙글빙글 돌리다 실수로 방울이 튕겨나갔는데 티비 브라운관에 쩌억하니 금이 간 것이다.


남편은 화장실에 있다가, 내가 지른 소리에 놀라 나오고, 딸아이는 침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반복중.


호텔측에서 점검해 보더니 50만원 견적을 불렀다. 음. 호텔1박 비용보다 비싸군. 생각보다 많이  나왔는데? 애써 태연한 척 하면서 내민 남편의 카드가 미세하게 떨리는 걸 보다가 문득 머리를 스친 생각!


아 맞다! 내가 가입한 실비보험이 있었지?


애가 티비를 깼는데 웬 실비보험이냐고? 내 실비보험엔 바로 만병통치약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이 붙어있었기 때문. 이 특약은 내가 가입한 거지만 자녀가 잘못해서 남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에도 보험사에서 이를 보상해 준다. 왜? 부모는 자녀를 감독할 책임이 있으니까.


바로 보험사에 전화해서 사고접수하고, 호텔쪽에도 보험사에서 연락갈거니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왠지 호텔쪽에서는 아까의 당당한 태도와 달리 당황한 기색이다. 갑자기 본인 담당이 아니라나?


사실 손해변상을 요구하려면 수리견적서를 보여주던지 해야한다. 혈기왕성한 신혼때와 달리 애가 둘이나 딸린 중년의 부부가 된 우리는 만사가 귀찮고 주변도 의식하므로 굳이 요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는 요구한다. 혹자는 눈먼 돈이라고 말하는 보험금은 실상 많은 사람들의 출혈로 이루어진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니까. 실제 수리비가 50만원이 맞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그 문제는 보험사와 호텔간에 알아서 해결하시라고 등떠밀고 약 몇 주 뒤 무사히 보험금을 받았다는 해피앤딩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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