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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니 May 10. 2019

강남과 지방의 학원 보내기 비교체험

강남 맘의 탈강남기 3

영어 수학 학원은 세팅하셨어요?

이사오자마자 만난 아이 반 친구 엄마가 물어보셨다.

"아뇨. 저희 애들은 이사온지 얼마 안돼서 집에서 팽팽 놀고 있어요"

하자, 어디가 좋다더라. 마구 정보를 주신다.


사실 교육열이 세다는 서울 강남권에 살면서도 아이들 학원을 많이 보내지 못했다.


첫째는 정보 부족. 직장에 다니다 보니 어느 학원이 좋은지 알기가 어려웠다.


둘째는 수준 미달. 좋다는 학원을 알게 되어도  우리 아이들이 다니기 벅찬 곳이었다. 이미 알아서 잘하는 친구들이 수두룩한데 굳이 우리 아이들에게 보조를 맞춰주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셋째는 비용 부담. 남들 다니는 데 다 보내려다 보면 등골이 휘어질 지경이었다. 주변에서 아이 할아버지가 학원비 보조해 주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괜스레 애꿎은 우리 부모님과 비교하는 못난 자식이 된다.


이사 오게 된 이곳도 이 지역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소위 치맛바람이 센 곳이다. 실제로 집 앞 학원가에는 서울에서 보았던 웬만한 유명 프랜차이즈 학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팽팽 놀고 있는 아이들을 손을 잡아끌고 대충 무난하다 싶은 학원을 방문해 보았다.


우선 수학 선행이 하나도 안되어 있는, 현행도 서술형 풀 때마다 있는 짜증 없는 짜증 다 내는, 우리 느릿느릿 초5 첫째.


레벨테스트 시험을 보았다. 반 정도 맞아야 합격이라는데 조금 점수가 부족하다며 다시 데리고 들어가 풀려봐서 점수를 올려 보시겠다고 한다. 아. 근데 그래도 못 풀었단다. 그런데 선생님도 안타깝다며 다시 똑같은 문제를 풀게 해 줄 테니 재시험을 보러 오라고 해주신다.


그리고 우리 아이와 같이 현행부터 시작하는 아이들끼리 시작하는 반을 새로 개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래도 여기는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거다!


영어유치원에 보냈더니 배가 아프다고 해서 바로 그만두었던 해맑은 우리 초2 둘째. 설렁설렁 집에서 파닉스 학습지는 마쳤지만 물어보면 아무것도 모른다.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보러 갔는데 마치고 나니 너무 어렵다며 대성통곡을 한다.


원장님이 아이고 괜히 어려운 테스트를 보게 했네 하시며 사탕이랑 떡볶이를 한 아름 주신다. 기초반에서 1학년이랑 같이 시작해야겠다시며. 2학년도 한 명 있어서 다행이라고. 아 그래도 들어갈 반이 있다!


"근데 로미야. 오빠는 두 번이나 시험 봐서 합격했는데 너는 한 번만에 합격했어!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울고 있는 딸아이 귀에 대고 속닥속닥 이야기했더니 울음 뚝 금방 입이 귀에 걸렸다. 대신 오빠가 속상할 수 있으니 한 번에 합격한 건 오빠에게 비밀로 하기로.


사교육의 폐해나 유용성에 대한 본질적인 논쟁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좋다는 학원에 보내기 위해 더 어렸을 때부터 마구 달려가야 하는, 그리고 학원 레밸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켜야 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만 해도 한결 숨 쉴만하다.


선생님들도 좀 더 여유 있게 아이들을 지켜봐 주는 느낌적인 느낌. 오늘은 아들이 학원 시험을 다 맞았다고 한껏 자랑한다. 칭찬해 주고 몰래 가방을 뒤져봤더니 100점짜리와 40점짜리가 함께 나온다. 녀석. 그래도 칭찬받았다고 좋아해 주니 다행이다.


왠지 갈수록 자신감을 잃어가던 아이를 보며 답답하고 속상했는데 이제부터라도 사교육에 압도되지 않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조금이라도 자신감을 찾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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