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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지하철에서의 추억 3 - 우리 친해졌어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by RNJ
여행지의 모든 것이 친숙하게 느껴진다면
이제는 이곳을 떠날 시기가 되었다는 뜻이다


석양이 내리는 파리 지하철, 멀리서 열차가 들어온다


어디를 여행하든 간에 처음엔 모든 곳이 낯설다. 낯선 사람들, 낯선 언어, 낯선 음식. 익숙한 것은 맥도널드와 콜라 밖에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며칠만 지나면 금세 그 도시가 익숙해진다. 파리가 익숙해질 때쯤 파리를 떠나야 했다. 다음 여행을 위해서.


처음 파리 지하철을 탔을 때 지하철 문이 열리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야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만 외국 지하철은 스위치나 레버를 당겨야 문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어이없게 목적지를 지나쳤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어느새 그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우리나라 지하철 안내방송은 정말 친절하다. 다음 역을 알리는 음악과 함께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천천히, 여러 번, 다양한 언어. 친절의 끝판왕이 우리나라 지하철 안내방송이다. 반면 파리 메트로는 "***,***" 이게 끝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역에 거의 도착할 때쯤 "강남, 강남"하고 방송이 끝난다는 것이다. 잠시 정신을 놓고 있으면 방송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안내 화면이 없냐고? 다시 말하지만 문도 각자가 알아서 열어야 한다. 화면이라니.


파리에서의 첫날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그때 결심했다. 내가 다신 파리에 돌아올 일은 없겠다고. 며칠이 지나고 기차역을 가기위해 마지막으로 파리 지하철을 탔다. 이젠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안내방송을 놓치지 않았으며, 지하터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나를 목적지에 내려주기만을 기다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곳에 익숙해져 있었다. 익숙해질 때쯤 불편함은 아쉬움으로 바뀌고 있었다.


'벌써 떠나야 해?'


여행은 항상 그렇다. 그곳이 좋아지고 마음에 들 때쯤 우리는 다른 여행지로 떠나거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나지만 우리는 여행을 통해 느낀 감정과 기억을 원동력으로 본래의 삶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가끔 함께 추억한다. 리고 다시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


지금 이 순간의 삶이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익숙해질지도, 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소중했던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파리 지하철에서의 추억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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