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만난 음식과 문화
제주도 고깃집에는 '근고기'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고기를 근 단위로 팔기 때문에 근고기라고 설명해주시던 가게 사장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보통 소고기, 돼지고기, 안심, 등심처럼 동물 이름이나 부위로 고기를 부르는데 무게 단위로 고기를 부르는 것이 참 신기했었습니다. 근고기를 주문하면 보통 멜젓이라고 부르는 멸치젓이 함께 나옵니다. 고기의 기름 맛과 짭짤한 멜젓의 궁합, 평소에 만나지 못한 특별한 맛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근고기는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함께 즐기는 방법입니다.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온 똑같은 고기라도 부위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다르죠. 다양한 부위가 섞여 나오는 근고기는 삼겹살을 좋아하는 사람, 목살을 좋아하는 사람 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메뉴가 아닌가 싶네요. 근고기의 앞에는 "다양하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이라는 말이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메뉴판을 앞에 두고 한참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근고기는 만사형통 메뉴가 아닐까 싶습니다. 따로 주문할 필요 없이 하나의 메뉴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근고기는,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 하는 제주도 사람들의 삶의 지혜가 아녔을까 생각해봅니다.
*저의 인스타그램 @jjinpoet에 게시하였던 글을 일부 수정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