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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고시원) 라이프

고시원 일기 인트로

by RNJ
한동안 나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고시원
'고시원'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이전까지 고시원은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한 직장인,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이 거주하는 곳이었죠. 물론 지금도 공부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고시원을 찾아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시원은 경제적으로 힘든 분들의 생활구역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고시원 밀집지역인 노량진과 신림동의 고시원은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도심지역 고시원에선 새로운 고객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끝을 모르고 오르는 집값, 감당할 수 없는 보증금과 월세. '주거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떠나면 되지 않냐.'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본디 살고 있던 생활권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정착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아래 통계를 살펴보면 고시원 거주자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EBS 다큐 시선, EBS 다큐 채널


일자리는 도시에 있지만, 도시에 내가 머물 집은 없다. 참 슬픈 이야기 아닐 수 없네요. 조선 후기 광작(조선 후기는 이앙법의 보급으로 농촌에 필요한 노동인구가 감소하였습니다)이 성행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소작농들은 도시로 몰려들었고, 그들은 결국 도시빈민으로 전락해버립니다. 2021년 현재는 어떨까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도시마저 일자리가 부족하여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모르는 20,30 세대가 생겨버렸습니다. 20,30 세대를 필두로 주식투자와 암호화폐 투자가 유행하고 있다는 점은 세상이 어디론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싶습니다. 2021년, 1894년 갑오개혁으로 사라진 신분제가 왜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묘한 기분이 들까요. 주거는 단순히 생활하는 공간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골품제이자 신분제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저도 처음 고시원에 들어오면서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습니다. 매스컴을 통해 바라본 고시원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못했거든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충분했다면 아마 원룸을 알아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시설이 많은 고시원보다, 나의 공간이 어느 정도 확보된 원룸이 보다 안정적이고 마음이 편안할 테니깐요. 그런데 고시원을 이곳저곳 알아보다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더군요. 이곳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하나의 주거 형태이며, 누군가의 하루 끝에서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소중하고 따듯한 공간이라는 점. 그리고 한동안 나를 품어줄 조그마한 집이 되어줄 것이라는 것. 회적인 인식이 어떻든 내가 씩씩하게 살아간다면, 이곳은 내가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충전소가 될 수 있 않을까요?




어쩌다 보니 고시원에 오게 되었고, 이곳의 삶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네요. 가끔씩 고시원에서 살면서 만나는 특별한 순간들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문두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고시원에서의 삶이 마냥 단점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저같이 잠시 지낼 곳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보다 편리한 주거 수단은 없죠(고시원은 대체로 보증금이 없어요! 관리비도 따로 없습니다). 도 원룸에서 살아봤지만 고시원은 원룸에 비해 생활비가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물론 저렴한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옆방 알람 소리에 함께 일어나고, 30시간째 보온이 유지되고 있는 공용 주방 보온 밥솥, 창문 유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고시원 라이프. 내가 딛고 서있는 땅이 어디가 되었든,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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