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 파는 장돌뱅이 소녀

안데르센 동화 '성냥팔이 소녀' 재창작

by RNJ


성냥 파는 장돌뱅이 소녀


성냥 사이소-


겨울의 초입

헤진 거리와 짚신

성냥 한 봇다리

무거운 발걸음

욕심이었을까요?

어깨가 찢어질 것 같습니다


성냥 사이소-


배는 주리고 발은 아프고

등어리를 가로 짓는 굳은살

손등은 꺼칠히 말라갑니다

아! 어떡하면 좋을까요


성냥 사이소-


장이 파하고 찾아온

풋내 나는 가랑눈

마을의 끝,

무너진 담벼락 아래

성냥 한 개비를 태워봅니다


천렵(川獵),

고향의 개울가

잔잔히 흘러가는 여름의 태양

돌다리를 사이에 두고

텀벙거리는 장난스런 개구리들

물길을 거슬러 만난 생명의 길


휙-


싸라기눈 스쳐 가고

얼른,

다시 두세 개비 집어 들어


칙-


소란스러운,

튀겨 올린 약과와 경단

풍악(風樂)이 흐르고

피어오르는 뽀얀 김

덩달아 춤을 추는,


콜록-


매캐한 불꽃의

정신이 번쩍 들어

성냥 한 줌 그어내어

불꽃을 봇다리에 털어 넣었습니다


마을의 나무,

비껴선 솟대

선선한 바람아래

그 바람을 따라

춤을 추는 부채들

주고받는 인사에,

애타는 총총걸음

여름의 녹음(綠陰)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휙-


눈발이 커지고 함박눈이 되어

펑펑 내려오는 하늘

.

..

...

....


5월의 어느 날,

담벼락을 넘어

보름날 만개한 아카시아

달빛을 한껏 머금어

그믐달 어둔 길에

은은히 피어내는

월광(月光)의 아카시아


이리 굽어 저리 굽어

제 갈길 찾아 흩어지는

희뿌연 그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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