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시시콜콜한 취미 이야기

골방 취미 생활 (2)

by RNJ


독서, 시시콜콜한 취미 이야기


골방의 책장


오늘은 제 취미와 생활공간을 함께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사진은 바로 저의 책장 겸 침대입니다. 아담하죠? 고시원이 좁다 보니 책을 둘 곳이 마땅하지가 않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책들에게 침대 한쪽 편을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환경이 바뀌니 스마트폰 불빛에 잠이 들던 제가 자기 전 책을 읽고 책과 함께 잠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고시원에서 책을 구매하는 일은 다소 겁나고, 고민이 많이 되는 일입니다. 고시원엔 책을 둘 공간이 충분하지 않고, 오래 머물기 힘든 고시원의 특성상 다음 이사에 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만약 서점을 갔는데 마음에 드는 책 2권을 발견했다면 한 권은 그 자리에서 다 읽고, 더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집으로 사들고 옵니다. 짐에 치여 살지 않기 위해선, 소유욕과 적절하게 타협을 할 필요가 있거든요. 지금 방안에 들어선 짐만으로도 마음이 답답합니다.


사람은 넓고 개방된 공간, 안정된 환경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높은 층고와 넓은 창, 홀로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공간들. 이 모든 것들이 고시원 속의 삶에선 꿈꿀 수 없는 일입니다. 고시원에 입주하기 전, 비교를 위해 다양한 고시원을 방문 했을 때, 한숨이 나오는 구조를 갖춘 방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방이 삼각형이라던가, 옆 방과 창문을 공유하거나, 반 지하실이거나, 방 중간에 기둥이 튀어나와 있는 방들.


고시원의 저렴한 임대료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사실 고시원은 방 평수 대비 가장 비싼 임대료를 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1~2평 남짓한 공간에 한 달 동안 입주하기 위해서는 30~50만 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하죠. 2평에 50만 원, 1평에 25만 원. 고시원은 결코 저렴한, 가성비 좋은 숙소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좁은면서 가장 비싼 주거가 고시원이라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으실 겁니다. 이런 사실은 고시원 거주민들이 좁은 공간에서 느끼는 물리적 압박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압박까지 느끼게끔 만듭니다.


좁고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가장 간편하고 가성비 좋은 취미는 바로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 것입니다. 고시원 골방이 책을 읽을 때는 큰 도움이 되는데, 좁은 공간에는 사람의 집중력을 높이는 유일무이한 장점이 있거든요. 책을 집중해서 읽는 동안에는 저는 어떤 공간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제가 원하는 세상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를 읽으며 고대 중국의 인물들을 만날 수도 있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며 저 넓고 어두운 우주를 홀로 유영할 수도 있습니다. 단테의 [신곡]을 읽으면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의 계단을 올라볼 수 있죠.


고시원이 드리운 그늘 아래 마음에 먹빛이 스며드는 심정, 아마 고시원 생활을 해보신 분이라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능동적으로 생활하지 않는다면 무기력과 후회의 심연으로 조금씩 빠져드는 기분. 책을 덮는 순간 좁고 답답한 이곳의 현실이 발끝에 위치한 제 동맥과 정맥을 따라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투쟁과 도피(fight or flight response). 독서는 고시원이라는 공간적 제약에 생각과 꿈이 굴복당하지 않으려는 저만의 투쟁 법이자, 자유롭게 숨 쉴 공간을 찾으려는 절박한 도피행각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무엇과 싸우고, 무엇으로 부터 도망치려 하고 있을까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단테에게 손을 내어준 베르길리우스처럼 독서는 제가 처한 현실을 극복할 힘을 주는, 희망의 동아줄 인지도 모르겠네요.


언젠가 고시원에서 읽었던 책을 다시 마주했을 때, 이 시절의 노스탤지어는 어떤 향으로 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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