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의 불편한 동행이 이어지고 있는 2022년 위드 코로나 시대. 불가피하게 오랜 시간 중단되었던 수학여행이 재개되었습니다. 출발 전 PCR 검사를 하고, 발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를 쓰고 떠나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의 여행. 쳇바퀴 같던 일상을 벗어나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제주 공항은 끝없이 몰려드는 인파가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With-코로나 시대 속에서 Neo-수학여행의 막이 올랐습니다.
밀려드는 비행기로 지연에 지연이 이어지고, 마침내 3~4일을 함께해야 할 학생들이 공항 자동문 너머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수학여행 안전지도사는 피켓을 머리 위로 들고 힘차게 흔듭니다. 우리는 그렇게 처음 만납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뜨거운 공항 속에서. 잠시 후 아이들이 물밀듯이 몰려나옵니다.
제주에 여행을 와보신 분이라면 공항 입구에 아득히 솟아있는 야자수를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HELLO JEJU! 우리 국토에서 느껴지는 이국적인 풍경은 설렘으로 가득 부푼 우리의 가슴에 불을 지핍니다. 그러나 제 뒤를 따르는 수백 명의 학생과 수백 개의 캐리어가 있다면... 점멸하는 녹색 신호등과 택시, 버스, 자가용이 얽히고 얽히면서 만들어내는 도시 화음으로 구성된 뮤지컬 '도심의 곶자왈'이 시작됩니다. 무엇이든 멀리서 보아야 희극인 법입니다.
즐거운 여행을 기대하기보다는 아무런 탈 없이 일정이 끝나기만을 기도하는 지도사들. 학교와 학원을 벗어나 흥이 오를 대로 오른 아이들. 같이 여행을 떠나지만 너무나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그리고 다소 다른 무게감을 가진 발걸음을 내딛는 학생과 지도사. 저를 뒤따라 공항 횡단보도를 건너는 학생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짧은 기도를 올립니다.
'무탈한 여행이 되길, 그리고 원껏 즐기다 떠나길...'
기도가 채 끝나기도 전에 도로를 이탈하는 학생들이 보입니다. 무단횡단을 시도하는 학생들이 보입니다. 캐리어를 놓고 왔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살기 넘치는 눈빛을 나누는 학생들이 보입니다. I see you. 혈압이 일시적으로 20bp가 상승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뛰지 마세요! 차 조심! 차 조심!"
소란스럽고 유쾌했던, 엉뚱하지만 다채로운 빛을 가졌던 아이들과 떠나는 (때론) 즐거운 수학여행 이야기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