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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육아시 2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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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NJ Mar 19. 2024

바람의 이야기


 아이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200일이 되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고 많은 이야기와 옹알이 소리가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화살의 요동은 과녁에 드러나지 않고 바람만이 화살의 두려움을 기억한다. 우리 가족이 200일을 함께 흐르며 나누었던 희로애락은 이제 시와 사진 속에 딱딱하게 남아있다. 나에게는 즐거운 흔들림이었으나, 우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마 기억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아기 엄마의 진통을 바라볼 때 시간이, 그리고 세상이 멈췄다고 생각했다. 그 길고 길었던 만남은 새로운 하루들이 쌓이자 한없이 짧아졌고 아기의 사서는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있다. 감정의 언어를 담을 서랍이 만들어지지 않은 아이는 즐거움과 슬픔의 극단을 쉴 새 없이 오간다. 반대로 어른은 너무나 많은 단어를 안고 살아간다. 실오라기의 떨림도 태풍으로 만드는 조바심의 언어는 도대체 어디에서 배웠을까? 


 미련 없이 잠든 아이의 표정을 바라보며 마음 속 먼지가 흩어져 사라짐을 느꼈다. 오늘도 너에게서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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