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떨어진 빵가루를 쪼아대는 참새로 가득했다. 며칠 사이에 제주도의 최고기온이 20℃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우리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나무 이파리 사이에 숨어있던 참새는 손님이 떠나기가 무섭게 빈자리를 차지했다. 뷰가 좋은 카페에선 사람만 자리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맑고 투명한 바다에 모래 폭풍을 일으키는 거친 파도가 잠시 숨을 고를 때,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복어 새끼 여러 마리가 보였다. 우리는 이전부터 그래왔듯이 망망대해를 멍하니 바라보며 돌고래가 일으키는 물보라를 찾기 시작했다. 함덕은 대포라는 남방큰돌고래를 방류했던 장소다. 수족관에서 평생을 보낸 대포는 다른 돌고래와는 달리 방류 후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멀리 떠나버린 모양이다.
유모차에 묶인 아기는 자유로운 새와 물고기를 원껏 구경했고, 나와 아기 엄마는 빵과 커피를 마시며 꽤 오랜 시간 파도의 노래를 감상했다. 어둠이 태양을 집어삼키고 달의 표정이 더욱 명료해질 때, 우리는 아기를 안고 이곳을 떠났다. 짧았던 여행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의 고삐를 당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