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추워!"
미소에 인자함이 넘치는 백발의 여인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아기의 맨발이다. 아이를 감싼 얇은 담요가 바람에 휘날려 뚱뚱한 맨발이 드러난 찰나의 순간, 경력직 엄마들은 한숨과 비명을 후루룩 내뱉었다. 이미 정답(=죄인)은 정해졌고 업무 담당자인 아빠의 브리핑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수긍과 회개만이 답이다.
아이를 데리고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는 일은 정말로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이 즐거운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주변의 따듯한 관심 덕분이었다. 공항버스에서 만난 인상 좋은 아저씨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아기 엄마에게 자리를 양보했고, 비행기 앞자리에 앉으셨던 아주머니는 아기의 손가락을 꼭 잡아주셨다.
"니 쌈 싸 묵을라고?"
국밥집 이모님은 상추를 쥐고 흔드는 아이를 보고 환히 웃으셨고, 비행기 승무원은 우리의 마지막 여정을 아주 편안하게 만들어주셨다. 그리고 아이가 더울까 봐 혹은 추울까 봐 걱정해 준(한 블록에서만 낯선 여인들에게 2번, 완전히 상반된 이유로 혼이 났다) 부산 아지매들 덕분에 여행에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조금씩 사라지던 고향 부산의 정취. 오래되고 생명력이 강한 사랑의 흔적이 우리의 여행 속으로 잔잔히 스며들었다.
"동백아, 여기가 바로 아빠의 고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