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강원도에서 새로 자리를 잡을 때 제주에 있던 나는 한라봉 한 박스를 선물로 보냈었다. 우리에게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는 곧장 이런저런 육아용품을 보내왔다. 거기에 더해 함께 어울리는 멤버들에게 조금씩 돈을 모아 육아 지원금까지 보내주었건만, 내가 돌려줄 수 있는 것은 아이 사진 몇 장이 전부였다. 친구가 결혼 소식을 알렸을 때 드디어 빚을 갚을 기회가 생겨 몹시 기뻤다.
친구의 어머님은 우리 가족을 유난히 따듯하게 맞아주셨다. 바다를 건너왔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뱃삯까지 챙겨주셨던 어머니의 미소는 오래된 친구의 따듯함과 몹시 닮아있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많은 것들을 이해하며 잘 지내왔던 것 같다. 축가를 부르다가 눈물을 흘린 신랑은 한참 동안 아기의 길쭉한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신부는 나를 빼다 박은 아기를 품에 안고 자신의 어머님처럼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