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죽넙죽 이유식을 받아먹는 아기를 보며 인간은 본능 위에 세워진 존재라는 사실을 배웠다. 아기는 엄마의 배속에서 양수를 들이마시고 뱉으며 소화기관을 강하게 훈련시켰다. 2L 남짓의 새까만 바닷속에서 아기는 세상의 크기를 늘이고 줄이는 절대자의 위상을 누려왔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의 노력을 상상할 줄 아는 부모가 되고 싶다.
어떤 날은 한 끼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 때가 있다. 아기의 저녁밥을 해치우자마자 우리는 비를 뚫고 집 근처에 있는 대만 식당을 방문했다. 아기 엄마는 면을 리필했고, 나는 밥 세 그릇을 해치웠다. 미루고 미뤘던 식사를 마침내 했것만 오히려 몸에서 힘이 줄줄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를 씻기고 재우면 엄마는 녹초가 되어 침대와 한 몸이 된다.
'논에 물이 들어가는 것보다, 자식의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이 더욱 기쁘다'라는 옛말이 있다. 논과 자식을 배불리 고자 하는 오래된 부모의 마음에도 자신의 끼니에 대한 걱정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가 잘 먹어서 기쁘다. 그냥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