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 군생활이 끝나기 하루 전, 전역 신고를 하면서 기념컵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비만 오면 통증이 도지는 망가진 오른팔은 덤. 전역날 아침 동기들과 부대 인근의 한 가게에서 감자탕을 나눠먹었다. 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하나 남겼고 곧장 진해를 떠났다. 가져올 것이 없는 아주 가벼운 2년이었다.
군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들이 계속해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1953년 휴전 협정 이후 군에서 6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통계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참혹함이 널리 알려진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사망자 수도 1만 명을 넘지 않았다. 내가 살았었고 다신 돌아보지 않을, 항상 예전보다 좋아졌다 주장하는 세상은 여전히 짙은 안갯속에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