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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 Nov 20. 2023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 수 있게

아줌마들의 말말말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아, 그 얘기까진 하지 말걸.."

이란 후회를 종종 한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90% 이상이 40대 이상

여자들이 모인 곳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어머 자기 오늘 입은 옷 어쩌구~"

 부터 시작해서 지난밤 남편과 나눈 이야기,

자녀의 학원, 친구 문제 등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잠시 나누고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그렇게 나눈 이야기는 보통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저 건너편에 있는 사무실 최 씨 아줌마까지도


건너 건너 알게 된다.


"자기, 결혼 안 한 줄 알았는데 아이도 있다며?"

 오 마이 갓...

나의 신상이 이렇게 털렸다. 도대처 어디까지

흘러갈 것인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과 인연이 계속

된다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극히

한정적이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단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요즘 직장 내에서 최대한 입을

다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도 모르게 입이 열린다.

정신을 차려보면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

영양가 없는 대화들, "다음에 밥 한번 먹어요."

같은 의미 없는 말들을 늘어놓을수록 피곤함이

짙어진다.

나이를 먹어 에너지는 고갈되어 가는데 굳이

관계를 이어나가지 않을 사람들에게 나의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음을 점점 느낀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그렇게 개인주의적 성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기에 말수가 많지 않은 나조차  

관계유지를 위한 입을 열게 만든다.

오늘도 쓸데없는 말을 하고 듣고, 괜히 했다고

후회하고를 반복한다.

확실한 것은 나이가 들수록 입은 무거워지고

지갑을 열어야 훌륭한 선택인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나를 평가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의미 없는 관계에 집착하고

소외됨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한 번에 나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하루에

한 마디라도 줄여보자고 실천하는 중이다.


입은 닫고 중심은 무거워지자.

가벼운 어른이 되지 말자.

제한된 에너지를 소중한 곳에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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