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명확히 쓰고 싶었던 주제가 있었기에 한두 달 정도는 아이디어의 고갈 없이 술술 써 내려갔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은근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남들은 글쓰기가 저렇게나 어렵다고들 하는데, 나는 앉은자리에서 한번 글을 쓰기 시작하면 최소 20분에서 최대 1시간이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막히지 않았다. 술술 써내려 져 갔다.
그렇게 하나의 주제에 대한 큰 틀이 완성되었다. 그럼 그다음은? 그다음은 뭘 쓰지?
브런치에 처음 썼던 나의 사생활은 구독자님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한 달도 되지 않아 200명 정도의 구독자가 생기게 되었다.
그냥 일기처럼 한번 써볼까 했던 브런치의 글들을, 누군가가 계속 읽어주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함이 들었고 그때부터는 글을 좀 수정하기도, 다듬어보기도 하였다. 첫 글을 쓰자마자 띄어쓰기 좀 잘하라는 악플을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의 나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을 쓰기보다 내 마음을 털어내고자 하는 글을 썼기 때문에 띄어쓰기고 나발이고 이뻐 보이는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브런치라는 오픈된 공간에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글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한차례 글을 쓰고 나서는 브태기가 오면서 소재가 고갈되고 말았다.
나는 왜 브태기(브런치 권태기)가 왔을까?
그것은 조급함 때문이었다. 내가 쓴 글들이 먹히자 나는 조급함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글을 쓰다 보면 구독자가 더 늘 것 같았고 내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서 오는 희열이 장난이 아니었다. 조급함을 가지고 시작한 브런치는 결국 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아 잠시 권태기가 와버렸다.
두 번째로 나에게 권태기가 온 이유는 다른 작가님들과의 비교 때문이었다. 한 달에 200명도 감사하고 과분하지만, 나보다 더 글 솜씨가 뛰어나신 분들을 아주 많이 발견했다. 종종 티브이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을까(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나만 노래를 못하는 건가,라는 생각과 유튜브를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편집을 왜 이렇게 잘해? 그림은 왜 이렇게 잘 그려?라는 생각에 나만 재능이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브런치도 마찬가지였다. 나보다 더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이 수두룩했고 그 사이에서 비로소 나는 나의 글 솜씨가 초라하다는 것을 느꼈다.
꽃이 피지 않는 나무는 없다.
꽃마다 꽃을 피우는 시기는 전부 다르다. 흔히 생각하기에 꽃은 봄에만 피는 것 같지만 봄에 피는 진달래, 개나리가 있는가 하면 여름에 피는 해바라기,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가 있다.
우리에게는 각자만의 때가 있다. 각자 나름의 리듬이 존재한다. 내 박자에 맞는 리듬대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때로는 10대에 피는 꽃도 있고, 70대에 피는 꽃도 있다. 우리는 비교에 취약하여 늘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을 비교하며 산다. 그 사람과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함에도 나보다 잘난 친구를 보면 부럽고 시샘하게 된다.
하지만 깨달아야 한다. 내 인생의 속도를 다른 사람에게 맞추면 안 된다. 나 자신의 보폭과 리듬에 맞게 걸어야 한다. 천천히 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를 내거나 줄여서 매일을 꾸준하게, 꾸준하게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브런치든, 블로그든, 유튜브든 우리는 시작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성공 사례를 먼저 듣고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에게도 큰 기대감을 불어넣은 채 시작을 하지만, 내 채널은 그렇게 쉽게 성장하지 않는다. 물론 정말 운이 좋아서, 글 몇 개 올렸을 뿐인데, 영상 몇 개 올렸을 뿐인데 떡상하는 사람도 반드시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내가 겪는 시행착오를 그대로 겪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단지 나와 다른 점은 꾸준히, 아주 꾸준히 1년이고 2년이고 계속해서 노력했다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자. 남과의 비교를 버리자. 나의 속도를 따르자. 조급하지 말자. 시작은 누구나 초라하다. 나는 별로라고 생각하는 내 글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