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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리뷰 (스포일러 X)

이제는 묵직한 한방을 날려줄 때가 왔는데

by 조종인
2025년 2월 12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캡틴 아메리카'가 '스티브 로저스'에서, '팔콘(샘 윌슨, 이하 샘)'으로 교체된 후 첫 단독 캡틴 영화다. 이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가진 걱정거리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전에 캡틴 아메리카를 담당했던 스티브 로저스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이 상당히 크다 보니, '샘이 캡틴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것.

두 번째, 최근 계속된 하락세를 겪고 전성기만큼의 인기와 명성을 잃어버린 마블 영화인데, 이 영화가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두 질문 모두에 이 영화는 자신 있게 "yes"라고 답할 수 없게 만든다. 먼저 첫 번째 걱정거리에 대해 얘기해 보자. 샘이 캡틴이라는 중책에 가진 책임감이 영화 내에서 잘 드러나고, 이전의 캡틴에는 없었던 팔콘의 날개를 이용해 액션을 펼치는 장면이 눈을 사로잡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예고편을 보거나, 이 영화를 보기 전 예상할 수 있었던 내용이다. 그것만으로는 샘이 스티브 로저스를 대체할 만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걸,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퍼스트 어벤저>의 정석적인 영웅 서사에서, <윈터 솔저>에서의 각성, <시빌 워>에서의 갈등, <엔드 게임>에서 장대한 마무리를 선사받은 스티브 로저스에 비하면, 샘의 서사는 아직 첫 단추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기대를 모았던 뉴 캡틴과 레드 헐크의 대결 장면만큼은 영화에서 상당히 볼만한 장면이었다.

두 번째로, 영화의 완성도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새로운 캡틴과 새로운 팔콘', '새로운 여자 요원', '레드 헐크'등을 등장시키면서, 이전에 마블이 관객들에게 보여준 것들에 약간씩 변주를 주었다. 하지만 그들 중 무엇도 확실하거나 새로운 어필을 하지 못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 영화에서 보여준 것들이 이전의 본 것들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다운그레이드로 다가왔다. 서사도 마찬가지다. 스케일은 뒤로 갈수록 점점 커지지만, 러닝타임이 흐르면서 이런 이야기들에 집중하기보다는 아무 생각이 없어지게 된다. 관객들이 이야기에 몰입하려면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필요가 있는데, 앞서 말한 "다운그레이드" 느낌 때문에 감정 이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영화가 끝나버린다.


우리가 마블에 바라는 건 단순한 킬링타임용 히어로 무비가 아니잖아요.

결국 이번 영화도, 최근 마블 영화가 받고 있는 평가인, "아무 생각 없이 보면 그럭저럭 볼만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전에 마블에 열광한 이유는 "그럭저럭 볼만해서"가 아니지 않은가.

근 몇 년간 마블은 "가벼운 잽" 같은 영화만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마블의 행보를 보면, 비슷한 퀄리티의 영화만 일정 간격으로 찍어내는 영화 공장을 보는 것만 같다. 관객들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나 <어벤저스 시리즈>와 같은 "묵직한 한방"을 계속해서 기다려주고 있지만, 이와 같은 기다림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개인 평점 :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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