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중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떠올려봐
개발새발 써 내려간 글씨에서
‘하기 싫음’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딸의 일기장
글씨가 이게 뭐냐고
글 양이 이거밖에 안 되냐는 잔소리와 함께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잘 썼는지 보여주겠다며
장롱 위 먼지 쌓인 상자 속
고이 잠자고 있던 아이들을 깨우고 말았다
빛바랜 초등학교 일기장들을
의기양양하게 펼쳐보았더니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은
어느 어린이의 글씨체와
새까맣게 잊고 있던 친구, 언니들의 이름
그 시절 나의 일상, 생각, 느낌들에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
왠지 모를 뭉클함
그리고 반가움
그때의 나도 지금만큼이나
열심히 살고 있었구나
아이야!
네가 꿈꿨던 것보다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작아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