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글은 말이야
그냥 손끝에서 나오는 게 아니야
햇살 가득 쏟아지는 따뜻한 어느 날
내 무릎에서 쌔근쌔근 잠자고 있는
우리 집 고양이의 보드라운 털 끝에서
여기저기 날카로운 말에 베인 날
내 깊은 한숨을 역주행하며 어루만져주는
그 달콤씁쓰르한 소주잔 끝에서
특별한 이와 함께 있고 싶은 날
내 메시지에 답장이 올까 설레게 하는
그 사람의 아름다운 이름 끝에서
그렇게 하나둘씩 생겨난 홀씨들이
그렇게 나의 기분을 담아
그렇게 나의 마음을 담아
내 손끝에서 피어난 거야
그러니 너희 집 텃밭에서 키운 것 마냥
모올래 꺾어 가서 포장하지 말아 줘
그저 바라보고
그저 향기 맡다
그저 네 마음속에만 심어두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