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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쑤 Sep 26. 2016

온전히 홀로 서기

영국 워킹홀리데이 #1 시작

상경해서 서울에서만 홀로 3년을 넘게 지냈고, 작년에는 휴학을 하고 100일 동안 홀로 여행을 다니며, 나는 혼자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딱히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심하는 것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영국에 친지가 있으면 현지 사정을 잘 아니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여러모로 좋을 테지만, 나는 영국에 그 흔한 아는 사람도 없었다. 사실 한국을 떠나오기 전까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낯선 땅에 홀로 떨어진다는 두려움 같은 것도 없었다.



그렇게 영국에 도착했다. 작년 홀로 여행을 떠났을 때와는 달리 설렘도 느낄 수 없었다. 

결정의 무게 때문이었을까. 작년 여행은 고등학교 때부터 절실히 원했던, 그야말로 확신에 차 있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워킹홀리데이는 신청을 하면서 나조차도 반신반의한 선택이었다. 휴학을 했던 걸 감안하더라도 이제 졸업이 가까워질 나이가 됐다. 친구들은 서서히 진로를 결정하고, 걷든, 뛰든, 그 길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듯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내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잠시 뒤로 한 채 이렇게 훌쩍 떠나버려도 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워킹홀리데이는 나에게 너무도 빨리 다가온 결정의 순간에 대한 회피책 아니었을까. 이대로 학교를 계속 다니다 보면 등 떠밀리듯 내 인생에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 될 선택을 어영부영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어쩌면 워킹홀리데이를 오기로 한 것은 그런 부담들을 외면하고 피하고 싶어서 내린 결정일지도 몰랐다. 내 마음의 짐과 비례하듯, 이번에는 작년처럼 기내에도 들고 탈 수 있는 가벼운 배낭 하나가 아닌, 커다란 캐리어와 배낭이 날 따라왔다. 



우습게도, 내 가방들은 영국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가벼워 지기는커녕 혼자 부딪혀 풀어 나가야 하는 많은 과제들에 의해 다시 무거워졌다. 이번에는 물질적인 무거움이 아니었다. 내가 살아야 할 집들에 대한 온갖 정보, 처리해야 할 서류들, 이력서 등. 이런 종이 쪼가리의 무게가 무거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타국 땅에서 스스로 혼자 1년이라는 시간을 지낼 집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 살고자 하는 지역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조바심, 싼 값에 좋은 곳을 구해야 한다는 강박, 한국에서 저금해온 돈이 떨어지기 전에 집을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초조함. 이런 정신적인 무게들이 작은 가방 안에 꾸깃하게 들어가 날 짓눌렀다. 얇은 가방 끈에 들어간 고작 종이 몇 장이 내 어깨를 무겁게 했다. 



결정이 두려웠건 아니건 상관없이, 내가 내린 선택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른다. 그것도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결과가 따른다. ‘영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겠다’는 결심 역시 쉽지 않았지만, 영국을 왔을 때 실제로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많았고 더욱 어려웠다.



대학을 서울로 가서 혼자 자취를 시작했을 때와는 다른 문제다. 뭐든지 온전히 혼자 해나가야 한다는 것. 사소하게는 각종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것부터 시작해, 집을 보러 다니고 혼자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자리를 구하는 것까지 온통 신경 써야 할 것들 투성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가치 있는 홀로서기다.



때로는 우울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고 혹은 잔뜩 흥에 취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혹은 정보가 가득한 글이, 아니면 개인적인 사색들로 가득한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틈틈이 영국 생활에 대해, 홀로서기에 대해 풀어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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