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의 파이아키아를 보고
내가 좋아하는 어른이 몇 있다. (아쉽게도 아직 많이 찾지는 못했다.)
그중 한 명은 이동진 영화평론가님으로, 굉장히 이성적이고 철학적이며, 지적이시지만
차가울 것만 같은 저 모습들 속에서 무언가 따스함이 묻어나는 분이시다.
그래서 더 매력을 느끼는지도.
나는 엄청난 양의 독서와 영화 감상으로 누구보다 지식인이시면서도 겸손함까지 갖춘 저분이, 진짜 어른이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그분이 유튜브 채널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신, 이동진 평론가님이 직접 말하는 '좋은 어른'이란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기에 1시간 남짓의 영상을 끝까지 시청했다.
그는
언행에 책임을 지는 것, 태도의 일관성을 가지는 것, 불능과 부정을 인정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잘하는 사람이 어른인 것 같다고 하며,
자신은 나이가 들어서도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고, 유머와 호기심을 잃지 않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래의 문장을 읊었다.
평론가님이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는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원칙은 큰 일에나 적용할 것. 작은 일에는 연민으로 충분하다.' 라는 말이라고 한다.
정말로 사회적으로 크게 따져야 하는 원칙이 아니면
일상 속 매일 벌어지는 어떠한 상황들, 타인과의 대화 등에서는 원칙을 따지고 들지 말라는 뜻이다.
그냥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대하면 되는 일일뿐.
대부분의 경우에는 연민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날의 나의 태도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주변이 어떻든, 나 자신만큼은 올바르고 정직하게 살겠다는 고집과
정확하게 말하고 듣는 것, 명확하게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이유로
시시콜콜한 상황과 대화 속에서까지
원칙과 잘잘못을 따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사에 그러지는 않았지만)
부정부패를 참지 못하고 고발하는 일처럼
'나만큼은 바르게 살겠다'는 강한 신념은
어찌 보면 오히려 내가 속한 환경에 민폐를 끼칠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 자신까지 지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부당한 일을 눈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매 순간에 날 선 원칙을 들이대기보다
어느 정도의 유연함과 숨 쉴 공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유연하게 살아가는 법을,
그리고 그냥 내 앞에 있는 타인을 연민으로, 작지만 사랑으로 대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