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1편

by 정진

작년 겨울, 발목 인대가 파열되어 인대 재건 수술을 했다.

상식적으로 수술 후 퇴원을 하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데

당시엔 돌아갈 집이 없었다.


원가정과의 절연으로 친정집에는 가고 싶지 않았고,

남편과 별거 중이라 내가 살던 집에도 들어가기 싫었다.

결국 나는 한 발엔 깁스를 차고,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며 잠시 고시원에 들어갔다.

당장 생활비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막막했다.)


그때 나를 도와주셨던 열 살 차이 나는 전 직장 동료 언니가 한 분 계신데,

언니는 전문 심리상담사로 나의 마음을 꽤나 잘 위로해 주셨었다.

그리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건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거 내가 10년 전에 엄청 힘들 때 고시원에서 읽던 책이야.

새책을 사주려다가,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 나도

딱 너 나이 때 엄청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일부러 줄 치며 읽었던 책을 가져왔어.

너는 똑똑하니까 10년 후엔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잘 살거야.

그러니 내 말을 의심하지 말고, 너 자신을 꼭 믿어야 해."



언니의 진심어린 마음에 깊이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책을 바로 읽지는 못했다.

가족 모두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때에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의 제목은, 쳐다만 봐도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이후 3개월이 흐른 지금, 나는 이제야 조금 마음을 다독일 수 있게 되었고

오늘에서야 책을 집어 들었다.




챕터1의 내용을 읽고 느낀점을 적기 전에

먼저 인상 깊었던 구절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1. '트라우마를 부정하라' 챕터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KakaoTalk_20260129_154547749_01.jpg


- 인생은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이어지는 '선'이 아니라, '점' 같은 찰나가 쭉 이어질 뿐.

지금, 현재의 순간에 내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에 춤추듯 즐겁게 몰두해야 한다.


- 원인론(과거의 트라우마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한다.)을 맹신하면서 사는 한, 우리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네.


- (과거의)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


-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 생활양식('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의미 부여 방식', 세계관이나 인생관까지 포함하는 말)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


- 지금까지의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앞으로의 인생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 여기'를 사는 자네라고 말일세. 과거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2. 챕터1을 읽고 느낀점

KakaoTalk_20260129_154547749_02.jpg


우리는 심리학자 프로이트와 융의 '과거의 트라우마가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인 '원인론'의 개념은 흔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 않은 듯하다.

나 또한 그랬다.


영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가정폭력이 일상이었던 내게

프로이트의 원인론 사상은 무의식 중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했을 때, 사회생활에 실패했을 때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의 과거의 트라우마에 원인을 돌리며 가족을 원망했다.

물론 태어나서 20년간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험이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 책의 첫 번째 챕터를 읽고 나서는

나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30대 중반, 아직도 나는 두들겨 맞던 5살의 나인가?

아직도 가정폭력이 일상인 집안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있는가?

전혀 아닌데 말이다.



우리의 성격이나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도,

세계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세계관, 인생관은 충분히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과거의 어떠한 특정 경험들이

현재 내가 세상과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관점을 바꿔보자.

과거에 얽매이지도 말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도 말자.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건 오로지 지금, 현재일 뿐.


단지 오늘 하루, 현재에 충실할 것.

그리고 나는 행복할 수 있다고, 세상은 꽤나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관점을 선택해 보자.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원칙은 큰일에나 적용할 것, 작은일은 연민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