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승인된 브런치 작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경제적 안식처라곤 전혀 없는 30대 중반 여성, 돌싱, 11년간 3번의 직무 변경으로 애매해져 버린 경력.
나는 지금 모든 것이 어중간한 시기이다.
지금까지 일명 '갓생'을 살아왔던 평소의 나였다면, 남들에게 뒤질까 불안한 마음에 바로 다음 직장을 잡고, 더 열심히 돈을 모으고, 무리해서라도 투자 가치가 있는 집 한 채를 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그간 누구보다 고생해 온 나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선물해 주기 위해 과감히 사직서를 내고, 아주 작은 방 한 칸을 구해 말 그대로 그냥. 쉬고 있다.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불안하지 않으세요?", "이제 뭐할거야?"
위와 같은 질문들에 나는, 나도 모르게 "네. 이상하게 불안하진 않네요. 그냥 좀 놀고 먹고 쉴래요~", "나도 몰라. 앞으로 어떻게 살건지조차 생각 안하고 일단 그냥 좀 쉴래." 라는 말이 자연스레 튀어나왔다.
용돈을 벌기 위해 고등학생 때부터 일을 시작했고, 20살 때는 비싼 재수학원 대신 독학 재수로 혼자만의 외로운 시간을 버텨냈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유를 만끽하는 동기들과는 달리 공부에만 매진하며 장학금을 받으려 애썼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회사생활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만 11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또 20대에는 내내 부모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아무런 고민도 걱정도 없이 "이제 좀 쉴래요."라는 말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온 건, 정말로 더는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퇴사 후 나에게는, 살면서 처음으로 하루라는 온전한 시간이 주어졌다.
힘들고 지쳤다고 방 안에만 앉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또 억지로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불안감에 휩싸여 고민을 할 법도 했지만, 이 순간 난 그냥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소진되어 있는 이 상태 이대로 불안해하지 않고 나를 안아주며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묵묵히, 하지만 씩씩하게 살아내기로 결정했다.
그냥 읽고 싶은 책들을 읽고, 쓰고 싶던 글을 쓰고, 한국은 추우니 따듯한 나라의 비행기 표도 예약하고. 뭐 그렇게 나와 친해져 가는, 나를 사랑해 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상을 글로 기록하며, 브런치에 작가 신청도 해보았다. '안 돼도 괜찮아. 해보고 싶었던 글쓰기도 해보고, 한 번쯤 얻고 싶었던 '작가'라는 타이틀에도 도전해 보는 거지 뭐'라는 무던한 마음으로.
그런데 웬걸. 처음으로 써본 두서없는 글들로 과감히 도전했던 브런치 작가는 운이 좋게도 한 번에 승인이 되었다.
얼떨떨했다. '뭐지.. 글이라곤 배워본 적 없는 내가 작가가 되다니.'
나는 내가 정말 작가처럼 글을 잘 써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나가는 내게 행운이 왔고, 그렇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마음만이 들 뿐이다.
다시 한번 느꼈다. 세상은 참 힘들고, 인생은 고되지만 그래도 나 자신을 다독여주며 나아간다면, 스스로를 돕는다면 하늘도 나를 도와준다는 것을.
남들에겐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이 그리 큰일이 아닐 수 있지만, 평소에 글을 써본 적 없는 나에게는 정말 신기하고 또 참으로 감사한 일임이 분명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씩씩하게, 그러면서도 무던하게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며 글을 적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