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득과 실을 함께 고려해야
모든 정책에는 득과 실이 함께 있습니다. 득은 극대화하되 실은 최소화하기 위해선 제도 안팎에서 지속적인 감시와 제언이 있어야 합니다. 저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역할을 하려 애쓰고 있고, 제가 언론에 대한 불평을 종종 하지만 많은 기자분들도 같은 마음일 거라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 며칠 주목을 받은 '접종 인센티브' 관련 조금 더 논의가 되어야 하는 부분을 간단히 짚어보려 합니다. 1차 접종자 방역 완화나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등에 대해 의료 측면에서 지적이 많이 되고 있으니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다룰 수 있는 이야기도 조금 더해야 할 것 같습니다.
1. 백신 접종에 대한 접근성
접종 인센티브는 기본적으로 '접종을 원하는 사람은 모두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특정 기저질환자, 18세 미만, 임산부 등 접종이 승인되지 않은 대상이 있거나, 기타 여러 이유로 접종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인센티브 제공은 곧 이들에 대한 차별이 됩니다. 수급상황은 차차 해결되겠지만 다른 문제는 상당기간 남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ex. 이스라엘은 부모가 접종완료자면 18세 미만 자녀에게도 그린 패스가 발급).
그리고 접종 대상자 중에서도 백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접종 정보가 적절히 제공되지 않을 때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최빈곤층, 초고령층, 노숙인 등 온라인 예약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이주민 등 언어 장벽이 있는 계층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정 방송에만 노출되어 효능 및 부작용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나, (폐쇄적인 종교집단 등에 속해) 외부로부터 적절한 정보 공급을 못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 접종을 원하지만 직장에서 휴가를 쓰기 어려워 시간을 못 내는 사람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하지 않은 채 인센티브만 강조하는 것은 곧 불평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사람들에 대한 섬세한 접근과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참고할 만한 기사: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61)
2. 인센티브의 비용
사적 모임, 종교 활동 및 다중이용시설 이용 인원 해제, 실외 노 마스크, 공공시설 이용료 면제, 이상반응 보상 등의 접종 인센티브에는 다양한 금전적/비금전적 비용이 듭니다. 특히 비금전적 비용은 쉽게 환산하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카페나 식당에 8명이 왔을 경우, 그중 몇 명이 백신 접종을 했는지 확인할 주체가 필요합니다. 디지털/종이 접종 증명서를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누가 검사할지, 준수 여부를 어떻게 감시할지는 계획이 없어 보입니다. 결국 확인의 의무는 업주에게 부과될 것이고, 미국처럼 '자율에 맡기지' 않는 이상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선 또 다른 인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대한 인력 또는 재정 확보가 충분히 되어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상반응에 대한 보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인과관계가 불분명'하지만 그 사유가 '증거 불충분'일 경우 진료비를 최대 천만 원까지 보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이지만 그에 따르는 비용을 정부가 치를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급증하는 이상반응 신고와 인과관계 평가 수요를 감당할 만한 인력과 재정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일선 의료진들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 제공도 필수일 것입니다.
그외에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인센티브의 비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참고할 만한 기사: https://www.bbc.com/korean/news-57252012)
3. 방역 완화
이 부분이 사실 가장 우려스러운데, 전 기본적으로 방역 완화가 접종 인센티브 논의와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접종자/비접종자에게 방역 완화 기준을 따로 적용하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실제 감염 상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1차 접종 완료자의 경우 감염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고 무증상 상태에서 감염을 전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센티브 제공은 접종자의 활동 반경을 넓혀서 감염 확산의 매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접종자 방역 완화는 미접종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백신 접종자보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이 더 자유롭게 활동했다는 조사가 있습니다(아래 그림). 즉, 접종자를 대상으로 방역이 완화되면 접종하지 않은 사람의 활동반경도 넓혀서 방역에 부담을 준다는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그렇다고 방역 완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백신 맞고도 여전히 답답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쉽게 수긍할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간 계속 주장해왔듯, 저는 방역의 사회적, 심리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비용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 감염이 확산될 경우 혼란은 불보듯 뻔합니다.
이를 위해선 아예 방역 패러다임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확진자 한두명 발생에 따라붙는 각종 조치들을 완화하며, 중증으로 발전한/할 수 있는 확진자를 적기에 골라내어 치료를 제공하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아프면 쉴 수 있게 유급 병가나 상병수당 제도를 강화하고 방역을 위해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들을 위한 보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두기에 참여할 수 있는 지원을 다 해야 합니다(손실보상법은 아직도 논의 중이라죠...).
이런 종류의 방역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정부가 그에 맞는 정책을 내놓고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방역 완화로 인한 혼란이 덜합니다. 그간의 추세를 관찰해보면 굳이 정부가 역할을 안 해도 사람들의 인식이나 행동은 변해갑니다(작년 5월의 50명 확진자 발생과 올 5월의 500명 확진자 발생이 얼마나 다르게 받아들여지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이 변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히 개입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는 단순히 '접종 인센티브'의 의미로 논의될 만큼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참고할만한 기사: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856)
4. 나가며
여러 이슈가 있지만 논의가 과소해 보이는 부분 위주로 (제 기준엔) 간략하게 제 생각을 적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정부가 마련한 정책의 득은 극대화하고 실은 최소화하는 감시와 견제가 있길 바랍니다.
관련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6월 중 발간될 예정입니다. 언제나처럼 피드백은 환영하고,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기자 분들이 계시다면 이 부분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