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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May 04. 2021

집단면역, 달성할 수 있나

과정으로서 집단면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배경 사진 출처: 장영욱, 2020.8,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전략과 경제적 영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p.10



0.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의 발제로 '집단면역'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는 듯합니다. 어쩌다 스웨덴 사례를 보게 되어 지난해 내내 집단면역과 씨름했던 사람으로서, 현재 논의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조금 정리해보았습니다. 1) 이론적으로 집단면역은 무엇인지, 2) 집단면역은 달성 가능한지, 3) 방역 당국과 일반 시민 입장에서 지금 해야 하는/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간단히(...) 적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결론은 '과정으로서 집단면역'을 이해하고 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두기 간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드백은 늘 환영입니다.


참고: 오명돈 위원장 발제를 잘 정리해 놓은 한겨레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993643.html. 주요논지는 1) 접종 70%가 집단면역 달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2) 바이러스는 근절되지 않고 토착화될 것이다. 




1. 집단면역이란?


 집단면역(herd immunity)은 인구 중 상당수가 특정 질병에 대한 면역을 갖춰 면역이 없는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보호받는 상태를 말합니다(그림 참고). 개인면역이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집단면역은 집단 전체를 보호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은 백신 접종 또는 감염 후 회복을 통해 면역을 얻을 수 있고, 전체 인구 중 면역을 가진 사람이 일정 비율을 넘어가면 감염 전파 속도가 점차 감소하다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위협이 안 되는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이 면역 인구 비율을 집단면역 '문턱값(threshold)'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문턱의 높낮이는 질병의 특성, 특히 전파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별한 조치가 없을 때, 면역이 전혀 없는 인구 집단에서 감염자 한 명이 세 명에게 병을 옮기면 기초감염재생산수(R0)로 측정한 그 질병의 전파력은 3입니다. 이때 집단면역에 진입하기 위한 문턱값은 67%입니다. 즉, 세명 중 두명이 면역을 갖추면 그 집단은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전파력이 달라지면 문턱값도 달라집니다. R0가 2.5로 떨어지면 문턱값이 60%로 낮아지고, 반대로 R0가 4로 올라가면 75%로 높아집니다. 


 코로나19의 R0 값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3~4 사이로 가정하면 67~75%의 인구가 면역을 갖춰야 집단면역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방역당국 역시 집단면역 문턱값을 70%로 설정하였고, 올 11월까지 인구 70%에 해당하는 3600만 명의 백신 접종을 마치고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였습니다(ex. 홍남기 총리대행 4.26 대국민 담화).


 하지만 어제 오명돈 위원장은 "학술적"으로 인구 70%가 접종을 마쳐도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 R0가 3 이상일 가능성이 있고, 2) 백신의 예방 효과와 감염 전파 차단 효과가 100%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의도 모호하고 달성 가능성도 불투명한 '집단면역'을 정부의 목표로 삼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했습니다. 지극히 학술적인 문제제기이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목표에 대한 반론은 '정치적'으로도 파장을 일으키는 듯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을 거란 예측도 있었지만 여기선 다루지 않겠습니다.)




2. 집단면역, 정말 달성할 수 없나?


 일단 저는 오명돈 위원장의 문제의식에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정부가 '달성 목표'로 제시하기에 집단면역은 달성까지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어느 시점을 달성으로 볼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접종률 70%, 성인 인구 90% 접종 등 실제 달성 가능하고 관찰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11월까지 집단면역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구호만 크게 들리는데, 집단면역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고 달성 후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되어야 합니다.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주장 역시 동의합니다. 이론적으로 백신 접종률 70%가 면역 획득 인구 70%를 의미하지 않음은 자명하고, 접종 가능 인구와 접종 의향을 따져봤을 때 성인 인구의 90% 이상 접종을 마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재감염 여부, 면역 지속기간의 불확실성, 중저소득국 백신 접종 지연 등등까지 고려하면 이론상의 집단면역 달성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접종률이 높은 이스라엘(60%), 영국(52%), 미국(45%) 등을 보면 집단면역이 가능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영국, 미국에서 확진자, 사망자 수가 급감한 것은 사실입니다(아래 그림). 특히 이스라엘은 확진자 수가 우리나라보다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1, 2월에 비하면 엄청난 개선이고, 접종률이 낮은 프랑스(26%), 독일(28%) 등의 유행상황이 안정되지 않는 것과 비교해도 백신의 효과는 명확해 보입니다. 



(왼쪽) 인구 백만명당 확진자 수 추이, (오른쪽) 인구 백만명당 사망자 수 추이



 다만 이 성과를 두고 '집단면역에 도달했다'라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위에 말했듯 집단면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가 전혀 없어도 감염 확산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아래 왼쪽 그림을 보면 프랑스, 독일은 물론,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도 계속 방역 대응 조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영국의 경우 전면 봉쇄는 끝났지만 이동제한, 모임 금지 등의 조치는 6월까지 유지할 계획입니다. 이스라엘도 이동제한은 없지만 실내 20인 이상 모임 제한, 비접종자 여가시설 이용 금지, 실내 마스크 착용 포함 각종 위생수칙 준수 등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동량을 봐도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 없습니다(아래 오른쪽 그림).


 

(왼쪽) 정부 대응 엄격성 지수, (오른쪽) 여가시설 이동량


 또한 이론적으로 집단면역이 유행을 안정화시키려면 면역을 가진 사람이 지역별 또는 인구집단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0~16세는 10%만 접종했는데 17~65세는 90% 접종했다면, 전체 인구 안에선 70% 이상이 달성되었다 하더라도 0~16세 사이에선 여전히 감염에 취약한 인구가 90% 이상 남아있는 것입니다. 학교 등을 생각해보면 그 안에서 감염이 발생할 경우 전파가 빠르게 일어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백신 접종 의향이 낮은 특정 지역(ex. 이스라엘 종교인 밀집지구)에 면역 인구가 충분하지 않다면 역시 전체 접종률과 상관없이 감염 확산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뒤집으면 특정 집단 내에서는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군(IDF)나 우리나라 요양병원이 접종률 80% 이상으로 확산을 통제하고 있는 게 그 예입니다.)


 그래서 전 아직 집단면역을 달성한 나라는 없으며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조차 '모든 조치를 걷어낸 후' 유행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11월에 70% 접종을 달성한다 해도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3. 그럼, 지금 해야 할 일은?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백신이 팬데믹에 대응할 강력한 무기인 게 분명하지만, 백신 없이도 감염 확산을 막아 온 경험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백신 접종 40%를 넘긴 대부분의 나라보다 우리나라 감염 상황이 훨씬 좋습니다. 팬데믹을 막을 수 있는 또 다른 무기, 역학조사와 사회적 거리두기, 위생수칙 준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비교적 자유롭게 일상을 누리면서도 감염을 통제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만큼 전염병 시대가 고통스럽지 않았습니다(여러 분들의 희생과 헌신, 수고에 늘 감사드립니다). 


 '아무런 조치가 없을 경우' 집단면역의 문턱값은 70% 이상이지만, '일정 수준의 조치가 병행되면' 문턱값을 훨씬 낮출 수 있습니다. 예컨대 실제 감염재생산수(Rt, 현실에서의 전파력)를 2 정도로 유지하면 면역 인구 50%만 있어도 감염을 통제할 수 있고, Rt를 1.5로 유지하면 면역인구 33%만으로도 감염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즉, 방역 수칙 준수와 백신 접종을 병행한다면 '이론상의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안정세를 찾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지난 3월 이후 우리나라에서 Rt가 2를 넘은 날은 다 합해도 2주가 채 안 됩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는 크든 작든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마냥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확진자를 줄이기 위해 피해를 입은 계층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 없습니다. 대만, 호주, 뉴질랜드 등 극단적인 봉쇄 조치로 감염을 거의 0에 가깝게 만든 나라도 있지만, 외부 유입에 취약한 상태여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따라서 접종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균형을 모색하며 '과정으로서의 집단면역'을 추구하는 게 지금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접종 상황과 유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를 조절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백신 접종은 접종대로 하되, 저 멀리 있는 집단면역을 추구하기보다 어떤 조치는 걷어내고 어떤 조치는 유지할지 대응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고령층 접종이 많이 진행되면 확산세와 사망/중증환자 수를 함께 고려하여 거리두기 체계를 정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정부가 7월부터 새 거리두기 체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시민 입장에서는 계속 위생수칙을 지키며 차례에 맞게 접종을 받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까 말했듯 '인구집단 전체'의 집단면역 달성은 요원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만나는 사람들' 사이의 집단면역은 나의 참여로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나를 보호하고 내가 속한 그룹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백신 접종은 꼭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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