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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대비해야 하는 이유

최근 코로나19 상황 리뷰

by Young

1.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발생 추이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한 후 다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아래 그림). 손님이 가득 들어찬 식당들, 핼러윈 인파로 북적거리는 이태원 거리, 응원구호가 울려 퍼지는 야구장... 확진자가 안 늘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확진자 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11월 1일 이전부터 이미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감소세로 돌아섰던 확진 규모는 10월 18일 소위 '(일상 회복 전) 마지막 거리두기'가 시행된 후부터 다시 커지기 시작합니다.


%ED%99%95%EC%A7%84%20%EC%82%AC%EB%A7%9D%2011.5.jpg 자료: 질병관리청


거리두기 단계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이동량이 변화하는 양상은 예전부터 관찰되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지난해 11월 3차 유행 때는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며 이동량이 팬데믹 이전보다 20% 이상 줄어든 반면 올 4월 이후로는 거리두기 단계에도 이동량은 크게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4단계를 유지 중이던 9월부터 이미 이동량이 크게 늘었고, 추석 연휴 뒤 확진자 수가 일시적으로 3,000명 이상까지 증가했을 때를 제외하곤 사람들이 팬데믹 이전보다 10% 이상 더 많이 이동하였습니다. 아직 지표 상엔 반영이 안 됐지만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후 이동량이 더 늘지 않았나 예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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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증, 사망 발생 억제가 핵심


그런데 사실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것 자체는 예견된 일이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는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이번에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방역 기조를 전환하면서 당국은 더 이상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중증 및 사망 발생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입니다.


코로나19 중증과 사망은 주로 고위험군에서 발생합니다. 확진자 중에서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습니다. 제가 계산한 최근 4주간 전연령 확진치명률은 0.6%인데, 60대는 1.1%, 70대는 4.11%, 80대는 13.3%로 평균보다 훨씬 높습니다. 반면 20세 미만의 사망자는 없고 20~40대는 치명률이 0.1% 미만으로 위험이 낮은 편입니다.


접종/미접종을 나눠봐도 그렇습니다. 접종을 한 사람은 전반적으로 중증 및 사망 위험이 줄지만, 그중에서도 고령층에 효과가 집중됩니다. 우리나라는 연령별 자료 발표가 늦어서 싱가포르 자료를 가져와 봤습니다. 접종을 한 60세 이상에서 사망(왼쪽) 및 중증 (오른쪽) 확률이 급격히 감소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60세 미만의 경우 접종을 하지 않더라도 원래 위험이 크지 않으며, 특히 30세 미만 미접종자의 중증/사망 위험은 접종을 한 60세 이상 중증/사망 위험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습니다.


image.png 출처: https://www.moh.gov.sg/covid-19/statistics




그래서 확진자 중에서도 고연령층의 숫자를 집중적으로 봐야 합니다. 제일 위 그래프를 보면 60세 이상(짙은 파란색으로 표시된 영역)의 비중이 점점 커짐을 알 수 있습니다. 4차 유행이 시작될 당시 60세 이상 비중은 10% 미만이었던 반면 지금은 30%에 육박합니다. 절대수로도 600명이 넘어 지난 3차 유행 피크(322명)의 두배에 육박합니다. 최근 위중증 환자 추이에도 이 추세가 반영됩니다. 50세 미만 위중증 환자 비중은 지난 9월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아래 그림).




%EC%9C%84%EC%A4%91%EC%A6%9D%2011.5.jpg 자료: 질병관리청



고령 확진자가 증가하면 자연히 사망자도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백신 접종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미접종자 중 위험은 여전하고, 접종을 했다 하더라도 접종 후 기간이 오래됐거나 초고령인 경우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제일 위 그래프에서 사망자는 증가세로 현재 7일 평균 15명을 넘어섰습니다. 현재 확진자 연령으로 예측한 결과 2~3주 후 하루 3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히 확진치명률도 증가합니다. 0.3% 내외로 떨어졌던 확진치명률은 현재 0.6% 수준이며, 앞으로 1%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아래 그림).



%ED%99%95%EC%A7%84%EC%B9%98%EB%AA%85%EB%A5%A0%2011.5.jpg 자료: 질병관리청, 저자 계산 (집계일 직전 4주간 발생한 확진자가 사망에 이를 확률. 확진-사망 간 시차 3주 가정)






3. 겨울을 대비해야



조심스럽지만 당분간 확진자도 늘고 사망자도 늘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우리 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일일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가면 현재 의료체계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11월 4일 기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48.6%로 10월 중순에 비해 소폭 상승했습니다(아래 그림). 60세 미만 또는 접종자 중에서 확진이 발생하면 제법 큰 유행도 감당할 수 있지만, 고령층, 요양원, 복지시설 등 고위험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현 의료역량은 금방 소진이 됩니다.


image.png 출처: http://ncov.mohw.go.kr/


당국의 입장에선 고위험 시설 위주로 보호 대책을 세우고(이미 발표한 바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병상 및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 입장에선 '위험한 확진'을 줄일 수 있도록 개인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도 접종을 안 한 고령층이 계시다면 접종을 재고해주시고, 감염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활동하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접종을 하셨더라도 현재 백신의 효력이 4~5개월 후 감소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서둘러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한편으론 고위험군에 전염시킬 확률이 낮은 젊은 층의 활동은 예전처럼 제약을 둘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활동을 해야 그간 타격을 입었던 자영업, 소상공인 분들의 숨통이 트입니다. 대신 걸리면 (죽진 않더라도) 아픈 건 변함이 없으니 개인 차원에서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여러 노력은 병행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마스크 쓰기, 환기, 증상 있을 때 외출을 삼가고 검사받기, 수칙 지키기 어려울 땐 소그룹으로 나눠 모이기 등등 비용이 적으면서 효과는 큰 조치들은 당분간은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코로나19 유행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은 이제 다들 잘 아실 듯합니다.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 전체가 연대해야 한다는 사실도 아직 유효합니다. 예전처럼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만,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겨울의 문턱에 걱정이 앞서지만 함께 해야만 이겨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떠올리며 다시 희망을 품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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