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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Mar 30. 2020

코로나19, 통계를 살피면 보이는 것들

장기전을 대비하며

 안타까운 소식이 세계 곳곳에서 들리지만, 죽음의 무게를 견디며 통계를 살피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몇 가지 통계와 시사점을 정리해보았다. 




1.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는 방역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척도가 아니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각 국가가 코로나19로 받은 피해를 나타낼 뿐 방역 당국의 노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다. 


 전염병의 전파는 진원지와의 교류 정도, 내국인의 면역체계, 지리적 기후적 환경 등등에 의해 좌우된다. 이에 더하여 전파지의 문화, 정치 및 경제 체제, 공공의료 수준, 시민의식 등 여러 요소가 전염병의 피해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인의 리더십과 방역 당국의 노력은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예를 들어 기온과 습도가 코로나19의 전파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연구들이 많이 있다. 아직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감기, 독감 등이 여름에는 적다는 점을 생각하면 위도가 낮은 곳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주는 부담이 비교적 작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의료체계가 받는 압박이 적다는 이야기 - 대만,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과 우리나라를 직접 비교할 수 없는 이유이다. 


 내국인의 면역체계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전에 공유한 사이언스 매거진 기사에서 결핵 예방접종이 코로나 19의 면역에 도움이 된다는 가설을 소개했다. BCG 접종을 하지 않는 유럽이나 미국에 더 피해가 큰 이유 중 하나일 가능성. 


 요컨대 방역 당국의 노력으로 온전히 전염의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 - 다른 요소를 다 고려하기 전에 섣불리 방역의 성공/실패 여부를 따지는 것은 오히려 대책 마련에 독이 될 수 있다. 



 2. 확진자 숫자는 감염자 숫자가 아니다. 


 게다가 확진자 숫자는 감염자 숫자를 정확하게 반영하지도 않는다.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1) 실제로 새로운 환자가 많아지는 것과 2) 이전에 감염된 환자를 이제 찾아내는 두 가지가 포함된다. 미국에서 환자 급증은 검사 숫자를 공격적으로 늘린 시기와 맞물린다 (현재 60만 건 이상 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감염자를 다 찾아냈다고 보기 어려운 게, 코로나19 특성상 무증상과 경미한 증상의 환자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도 모르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감염자 수는 확진자 수 보다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에서 감염자의 50%도 못 찾았을 것이라 추정하였다 (한국은 80% 이상).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감염자 숫자에 비해 조금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중증 이상의 환자가 사망하기 때문에 사망 전에 확진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 국가의 경우 폐렴 증상으로 사망한 경우 역학조사 목적으로 사후검진을 한다 (독일은 예외. 아마 일본도 안 할 수도?). 


 전혀 정보공개를 안 하는 북한 같은 나라를 제외하고는,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피해 여부를 따지는 것이 가장 정확할 듯하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 수를 사용해서 보면 피해 정도를 아래 그림과 같이 볼 수 있다.


한국은 100만 명당 3명, 중국은 전체 기준 2명이지만 후베이성 기준 100만 명 당 50명

 


+ 보통 언론에 많이 보도되는 치명률(CFR, 현재 사망자/확진자)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확진자 수가 과소평가되었으므로 실제 치명률은 더 낮을 것. 단, 사망자 역시 계속 증가하므로 정확한 치명률은 위기가 지나간 후 산출 가능. 



3. 나누어 보아야 더 정확히 보인다 - 지역별, 연령별 데이터의 중요성


 3월 초 WHO에서는 코로나19의 치명률을 3.4%로 추정했다. 전체 감염자 100명 중 3-4명이 사망한다고 예측한 것이다. 3월 28일 현재 확진자와 사망자로 계산한 치명률은 전체 4.7%이고 확진자 1,000명 이상 국가에서 최대 10.8% (이탈리아), 최소 0.2% (남아공)으로 나온다 (위에 말했듯 정확한 치명률은 아님). 


 하지만 이 수치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우선 내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죽을 확률은 3.4%가 아니다. 이 질병이 얼마나 위험한지 여부는 내 나이와 기저질환 여부, 내가 사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집계 자료(aggregate data)보다는 지역별, 연령별로 분절한 자료를 보아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위의 그림을 보면 한국, 스페인, 중국, 이탈리아의 연령별 치명률이 나온다. 한국에 사는 30대인 내가 코로나19에 걸린다면 죽을 확률은 0.11%이다. 내가 만약 이탈리아에 사는 70대였다면 코로나19의 위험성은 12.8%까지 올라간다. 30세 미만인 경우 지역과 상관없이 사망자 수가 거의 없고 10세 미만의 사망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여기에 기저질환 여부를 따지면 또 치명률이 달라진다. 한국 기준 사망자의 98%는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 사람의 경우 사망할 확률은 극히 작다는 뜻 - 코로나19는 전체적으로 독감보다 훨씬 위험한 병이지만 일부 사람에 한해 증상이나 치명률 면에서 독감보다 약하게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코로나19가 개인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각자 연령과 기저질환 여부, 사는 지역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이 질병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위험한 지도 분절된 자료로 따져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60세 이상 고위험군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인 게 분명하다. 고위험군의 치명률에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이는 해당 지역의 의료체계가 발생한 환자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중국 우한, 이탈리아 북부지역, 스페인, 미국 뉴욕주 등에서 사망자가 급증하는 것은 초기에 확산을 저지하지 못해 치료가 필요한 중증 이상의 환자 수가 의료 역량을 뛰어넘어 버렸기 때문이다. 위 네 지역에선 인구 백만명당 사망자 수가 모두 50명을 넘는다. 


 하지만 모든 지역에서 고위험군의 치명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첫 확진 후 한 달 이상 경과, 확진자 1,000명 이상인 국가 기준으로 이스라엘, 체코, 태국,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독일 등은 사망자 수가 확진자 대비 1% 이내이다. 싱가포르(확진 802, 사망 2)와 아이슬란드(확진 963, 사망 2)도 확진자 숫자에 비해 사망자 수가 굉장히 적은 편이다. 


 이 국가들의 특징은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산의 속도를 통제했거나 입원이 필요한 확진자를 다 케어할 수 있는 만큼 의료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에크모나 인공호흡기 등으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만 갖춰진다면 고위험군 환자들도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역시 지역별로 나눠보면 같은 패턴이 보인다. 29일 현재 국내 사망자 152명 중 대구 경북 지역에 143명이 몰려있다 (치명률 1.8%). 초기 환자가 급증으로 의료 체계 정비에 혼선이 있어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 급증을 경험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사망자는 9명, 치명률은 0.5%이다. 서울 같은 경우 확진자 410명에 사망자는 없다. 적절한 케어가 가능하면 코로나19는 위험한 질병이 아니다. 



 4. 통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


 지금까지 내용을 요약하면 1) 정부와 방역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파지의 특성에 따라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 2) 무증상, 경증 감염자의 존재로 확진자 수는 과소평가되어 있다, 3) 감염 확산 속도와 전파지의 의료 역량에 따라 사망률이 달라진다, 이렇게 세 가지이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적정 수준 이하로 통제만 가능하다면 확진자 수 증가에 예민해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냥 넘어갔을지 모르는 감염 사례를 찾아내어 방역당국의 통제 아래 놓는 것이기 때문에 확진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여러 나라에서 "공격적인 검진과 추적"이라는 한국의 모델을 채택하는 이유이다. 

 

 또한 위험지역에서 입국하는 국민이 늘고 있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코로나19 조기 종식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장기전에 대비하여 현재 시행하는 휴교, 모임 제한 등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최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여 조심스럽게, 하지만 어느 정도의 확산을 감수하며 개학 등을 결단해야 할 때가 아닐까. 영세 자영업자들이 받는 타격과 국가 재정의 한계 등을 고려하면 판데믹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그냥 운에 맡기고 가자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두 번째 결론, 어떻게든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집중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역별 자료에서 나타났듯 의료역량이 뛰어난 국가에서는 코로나19의 치명률이 굉장히 낮게 나타난다.


 확산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통제 정책은 발병 초기에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의료진과 참여 시민의 피로도를 생각하면 통제 정책은 장기전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지금은 중증 환자가 수가 늘어나더라도 감당할 수 있게 중환자실, 에크모, 인공호흡기 등의 설비 증강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 미국은 GM, 영국은 Dyson 등을 활용해 의료 장비 제조에 나서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미 몇 주전부터 중환자 급증 시 치료에 대한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학 등 중요한 결정을 하기 위해선 현재 가용한 중환자 시설이 얼마나 되는지, 확진자가 어느 정도까지 늘면 수용범위를 넘어가는지, 앞으로 얼마나 빠르게, 어느 규모까지 늘릴 수 있는지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진 빠른 검사와 추적을 통한 전염 확산 방지에 집중되어 있다는 느낌인데, 개인적으로 이제 사망자 수를 줄이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문헌:


(1) 기온과 코로나19 확산 관계 -

논문1.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3556998 

논문2. https://www.medrxiv.org/content/10.1101/2020.03.12.20034728v1

논문3. https://arxiv.org/ftp/arxiv/papers/2003/2003.05003.pdf 

NT 기사 https://www.nytimes.com/2020/03/22/health/warm-weather-coronavirus.html

사이언스타임즈 기사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BD%94%EB%A1%9C%EB%82%9819-%ED%99%95%EC%82%B0%EC%98%AC-%EC%97%AC%EB%A6%84%EC%97%90-%EA%BA%BE%EC%9D%BC%EA%B9%8C/ 


(2) 면역체계와 코로나19 확산 관계

사이언스매거진 기사: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03/can-century-old-tb-vaccine-steel-immune-system-against-new-coronavirus


(3) 확진자 수와 감염자 수 차이 추정

 논문: https://cmmid.github.io/topics/covid19/severity/global_cfr_estimates.html?fbclid=IwAR3wNfqzyaUbg1rucy0EpC1qbbn8NF6rTM_Ol7xAF2JaC9v4qKflFZRxZDs



(4) 원자료

세계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국내 http://ncov.mohw.go.kr/bdBoardList_Real.do?brdId=1&brdGubun=13&ncvContSeq=&contSeq=&board_id=&gubun= 

각종 유용한 통계 https://ourworldindata.org/corona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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