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삶의 시스템

이제, 당신의 삶을 지탱할 시스템은 무엇인가요?

by ISTJ

육아휴직, 잃어버린 나를 찾는 시간

육아휴직을 하고 매일매일이 자유로울 줄 알았다. 아침잠도 실컷 자고,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간 사이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눈앞에 펼쳐진 끝없는 집안일과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흘러가 버렸다.


회사에 다닐 때는 정해진 출근 시간, 점심시간, 퇴근 시간이 있었다. 그 시스템 안에 내 삶이 안정적으로 담겨 있었지. 그런데 육아휴직을 하고 그 시스템이 사라지자, 나는 마치 방향을 잃은 배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는 뭘 해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 막막했고, 딱히 한 일도 없는데 저녁이면 녹초가 되는 내 모습에 실망하기도 했다.


어쩌면 '시스템'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육아와 살림에 웬 딱딱한 시스템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이 개념을 아주 중요하게 다룬다. 우리가 겪는 혼란과 무기력함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시스템 부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지 자원은 유한하다. 우리가 매 순간 내리는 결정들, 즉 '무엇을 할까', '언제 할까', '어떻게 할까'와 같은 사소한 선택들이 쌓이면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에 시달리게 된다. 육아는 이 결정 피로를 극대화하는 환경이다. 오늘 저녁 메뉴는 뭘로 할지, 아이와 어떤 놀이를 할지, 언제 아이를 재울지 등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결정을 내려야 하니까.


시스템은 이 결정 피로를 줄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우리 삶에 일정한 규칙을 부여함으로써 뇌가 덜 피곤하게 움직이도록 돕는 것이다. 매일 아침 '오늘은 뭘 먹지?' 고민하는 대신, '아침 시간 활용하기'라는 루틴을 만들었다. 아이들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그 짧은 시간이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이 깨어나기 전, 조용한 집 안에서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소중한 의식이 되었다.


또 다른 시스템은 '오후 2시, 나만의 공부 시간'이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나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강의를 듣거나 글쓰기를 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해서 뭐가 달라질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나만의 지적 성장이 쌓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라는 역할 뒤에 숨겨져 있던 '나'라는 존재를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시스템은 '밤 10시, 오늘 하루 기록하기'이다. 거창한 일기를 쓰는 대신, 그날 있었던 일 중 좋았던 점 세 가지를 간단하게 적었다. 아이들의 웃음,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 새로 알게 된 지식 등 사소하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하면 하루를 긍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런 작은 시스템들이 모여 내 육아휴직 생활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던 무기력함은 사라지고, 삶에 대한 주도권이 나에게로 돌아왔다. 삶의 시스템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지 정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 바로 그 작은 실천이 우리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시스템으로 오늘을 채우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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