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어떤 과정을 지나고 있나요?
40대, 두 딸의 엄마, 그리고 육아휴직 중인 나. 거울 속 흐릿한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이대로는 안 돼.' 여름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면서, 인스타그램에서 본 화려한 바디 프로필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탄탄한 복근, 매끈한 팔다리, 자신감 넘치는 표정까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혹하는 마음에 집에서 거리가 있는 PT 센터에 등록했다. 그곳의 그룹 PT 수업은 이미 수많은 '성공 후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후기를 볼 수록 나도 저렇게 날씬한 몸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첫 수업을 마치고,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화려한 결과 뒤에 숨겨진 과정은 너무나 혹독했다. 스쿼트 200개, 턱걸이 200개…. 바디 프로필을 찍은 이들은 이 모든 것을 해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스쿼트 20개도 제대로 하기 어려웠고, 턱걸이는 매달리는 것조차 힘들었다. 나는 그들의 완벽한 결과만을 보고, 그들이 겪어냈을 고통스러운 과정을 보지 못했다. 아니, 보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결과 중심적 사고에 익숙하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도 좋았겠지'라고 막연히 추측하고, 결과만 좇다 보니 필연적으로 과정에서 오는 불편함과 힘겨움을 외면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결과 편향(Outcome bias)'이라고 부른다. 어떤 결정의 결과를 보고 그 과정이나 결정을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우리는 바디 프로필 사진, 명문대 합격증, 고수익 인증 같은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어떤 어려움을 이겨냈는지는 간과한다.
나는 이 깨달음의 순간, 내 삶의 많은 부분이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딸을 키우며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다는 욕심에, 다른 엄마들의 '완벽한 육아' 후기만 보며 좌절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아이들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라는 결과만을 보며, 그 웃음을 만들기 위해 부모가 감내해야 할 수많은 인내와 노력을 무시했다. 광고 속에서 완벽하게 차려입고 웃는 가족들의 모습만 보며, 실제 육아는 매일매일이 크고 작은 실패와 눈물이라는 것을 외면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과정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결과에는 반드시 과정이 동반된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우리를 성장시키고, 그 과정에서 겪는 실패와 좌절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PT 센터에서 스쿼트 한 개를 더 하기 위해 끙끙거리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 아이가 떼를 쓸 때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과정을 감내하는 용기'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사랑하기 시작하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더 이상 완벽한 몸매를 가진 사람들을 보며 좌절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의 노력을 존경하게 되었고, 나 역시 하루하루 작은 노력을 쌓아가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바디 프로필 사진 한 장으로 규정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눈부신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것보다,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것. 그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과 성장이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