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송죽이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동네에 퍼지고 며칠 뒤, 송죽이 또래의 아이를 보았다는 목격자가 나타난 것이다. 읍내 중학교에 다니는 석준이가 그날은 몸이 아파 조퇴를 하고 집에 오는데 낯선 사람을 따라 읍내 쪽으로 가는 송죽이를 보았단다. 석준이는 아버지가 가르친 학생이었는데 우리 집에 한두 번 인사차 들른 적이 있었고 송죽이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확실치는 않다고 거듭 얘기했다.
넋을 놓고 지내던 송죽이 모(母)가 석준이를 붙들고 꼬치꼬치 물었다. 송죽이 보다 그 낯선 남자 생김새를 더 캐물었다. 얼핏 보았으나 키가 크고 덩치도 컸다고 했다. 그냥 매일 보는 시골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고 했다. 석준이는 말은 확실하게 했으나 명확한 어투는 아니었다. 송죽이 모(母)가 그 낯선 남자에 대한 뭔가 사실을 확인하는 듯했다. 석준이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 발 빼는 듯했다.
송죽이 모(母)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분노와 안도가 겹치는 듯했다. "그 인간이, 그 인간이.." 하며 중얼거렸다. 송죽이는 실종이 아니라 누군가 송죽이를 데리고 갔다는 얘기로 흘러갔다. 실의(失意)에 빠져 정신줄 놓고 있던 송죽이 모(母)의 표정이 야무지게 변했다. 송죽이를 찾으러 가야 한다고 벼린다. 그녀의 삶 속에는 또 다른 삶이 있는 듯했다. 그녀의 마음속에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송죽이의 실종 사건을 지켜보는 관우는 속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무덤덤했다. 그래도 송죽이 모(母)와 겹친 세월이 길어지고 지 어미를 닮아 싫지 않은 생김새와 또래들보다 올차게 자라고 있어 관우도 마음을 열어가는 참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피붙이가 없는데 남의 자식을 데리고 산다는 것이 관우에게는 편치 않은 일이었다. 한 번도 다소롭게 대하지는 않았으나 마음에서 송죽이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삶 속에서는 불편했지만 없는 것보다는 딸린 권속이 있다는 게 나았다.
송죽이 모(母)가 송죽이를 찾으러 간다고 했다. 관우는 그녀가 어디로 갈 건지 묻지 않았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읍내 국밥집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더 멀고 더 모르는 곳에 송죽이의 핏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살을 맞대고 살고 있긴 하나 관우의 마음속에는 송죽이 모(母)의 남모를 세상이 있을 거라는 어스름한 생각을 항상 끼고 살았다.
관우의 생각이 흔들리고 있었다. 송죽이를 찾으러 간다면 그녀마저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관우의 가슴에 허허로 움이 스며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스스로 묻고 있으나 답은 없고 답답함만 쌓여갔다.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관우의 속마음이 가슴을 무겁게 했다. 가지 말라고 해도 가지 않을 송죽이 모(母)가 아닐 테지만 잘 갔다 오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가지 말라는 말과 잘 갔다 오라는 말은 무의미해 보였다. 관우 자신의 생각이 송죽이 모(母)의 단단한 마음에 다가갈 틈이 없어 보였다. 관우가 주춤한 사이에 송죽이 모(母)는 송죽이를 찾아 떠났다. 해가 질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