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 <9>

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by Morpheus

기태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캄캄했다. 식당 주인도 백방으로 수소문해 봐도 기태를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다. 아마도 큰 병고가 생긴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미영이는 망연자실하고 있는 차에 한 밤중에 기태가 몰래 들어왔다. 놀라지 말라는 듯 조용조용 하게 뒷방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되었는지 자초지종을 말도 하기 전에 돈뭉치를 꺼내 보이며 방을 구해 이사를 가잔다. 식당에 얹혀사는 게 힘든다고 했다. 웬 돈이냐고 미영이 물으니 일해서 벌었단다.


미영이는 불안했다. 평생 만져보지 못한 돈뭉치를 보니 좋긴 해도 한편 무섭고 불안했다. 이렇게 많은 돈을 열흘 남짓한 기간에 벌었다니 믿기지 않았다. 혹시나 나쁜 짓을 한건 아닌지 미영이는 묻지 못했다. 답할 기태가 아니었다. 미영이는 불안했다. 예전에 순진하고 미련해 보이기까지 했던 기태가 아니었다. 말수는 적었으나 말이 거칠고 직선적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원하는 의미를 전했던 친숙한 감정들이 점차 사라지는 듯했다. 미영이가 모르는 뭔가 변화가 있었다.


기태는 고아원을 나온 이후 삶의 밑바닥을 헤매며 배고픔과 고단함으로 서러운 세월을 보냈다. 근본이 없는 처지에서 이럴 커니하고 살아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비뚤어진 생각 들이 스며들고 있었다. 말쑥한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또래들을 볼 때마다 자신도 알 수 없는 분노 같은 억하심정(抑何心情)이 치솟 다. 부러움 보다는 이유 없는 시기심을 다스리기 힘들었다.


미영이와 같이 살기 시작한 전부터 기태는 선후배 원생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다. 세상에 그들을 빼고는 말을 섞을 사람들이 없었다. 그들을 빼고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이 없었다. 그들이 없으면 세상에는 모두가 낯선 사람들뿐이고 저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은 혼자임을 아파해야 했다.


기태와 후배 원생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어느 추운 겨울 차가운 늦은 밤거리를 헤매 는데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지나가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중년 신사를 골목으로 끌고 가서 주먹을 날렸다. 처음에는 그냥 알 수 없는 화풀이를 한다고 했는데 그 술 취한 신사의 업신여기듯 내뱉은 '양아치'란 말에 분노가 치밀어 심한 폭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지갑을 챙겨 도망쳤다. 처음 저지른 나쁜 짓이었다. 겁이 나고 무서움인지 죄책감인지 가슴이 떨렸다. 답답했다. 무언가 무거운 것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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