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 <10>

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by Morpheus

미영이는 기태의 변화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식당 주인집 뒷방에서 힘은 들었지만 서로의 마음이 녹아나 좋아하는 것은 함께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같은 마음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을 기댈 수 있었고 서로의 온기가 힘든 삶에 의지가 되어 가진 것 없어도 무섭지 않았다. 그 온기가 편안했고 가난한 삶의 불안을 녹였다.

미영이는 기태가 준 돈으로 변두리의 허름한 집의 지하 단칸방을 얻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끝에 두어평되는 단칸방이 있고 미닫이문 옆에 취사(炊事)할 수 있게 연탄아궁이와 찬장이 놓여있었다. 방에는 사진 액자만 한 창문 두 짝이 달려있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자국 소리가 저벅저벅 들렸다. 미영이는 방세를 세고 또 세어 집주인 손에 건넸다. 집주인은 연탄아궁이에서 연탄가스가 나오니 잘 때에는 문을 잘 닫고 자라면서 거듭 당부를 했다.

식당 주인집 뒷방에서 보따리 하나 챙겨 들고 셋방으로 이사를 했다. 난생처음 가져보는 자신과 기태와의 공간이 생겼다는 마음이 설레었다. 다른 사람의 참견을 받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그 설렘의 바탕이었다. 기태에게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하 셋방으로 이사는 왔지만 미영이의 일상은 바뀐 것은 없었다. 매일 아침부터 식당에 나가 일을 해주고 주인이 주는 품삯으로 얼마씩 받아왔다. 가끔씩 팔다 남은 음식을 챙겨 와 기태와 같이 먹곤 했다.

기태의 일은 일정치 않았다. 집에 있을 때는 사나흘씩 죽치고 있다가 출타하면 며칠씩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미영이는 묻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조근조근하게 나누는 대화가 줄어들었다. 원래 기태는 말수는 적었지만 마음은 열려있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미영이가 살갑게 굴어도 뭔가 접근하기 어려운 거리를 느꼈다. 살을 맞대고 살아도 마음은 녹여 들지 못하고 세월이 흘렀다. 미영이는 기태를 향해 들어낸 자신의 속마음이 기태에게 가벼이 여겨지고 있는 것 같아 서운했다.

셋방살이를 한지도 반년이 지나고 여름을 맞이했다. 반지하방이라 몹시 덥고 눅눅했다. 그렇다고 조그마한 창문을 열지 못했다. 행인들에게 방안이 다 내려다보일 뿐만 아니라 비 오는 날이면 빗물이 튀어 방으로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골목에 있는 집이긴 해도 사람들이 꽤 많이 오가는 길옆이었다. 기태가 짜증을 내곤 했으나 지금의 방세로는 평지의 방을 구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焉敢生心)이었다. 기태도 모르는 바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미영이는 바지런히 일해서 평지로 이사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요즘따라 기태는 한 번 집을 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날이 더 잦아졌다. 집에 올 때면 술에 취해 들어오기가 일쑤였고 말투는 거칠고 뭔가 불안한 기색을 들어내곤 했다. 예전에 고아원에서 함께 지냈던 원생들과 자주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미영이가 기태의 친구들을 만나서 뭘 하는지 물어본다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 기태가 일상적인 일을 하며 지내는 것은 분명 아닌 것 같았다.

미영이가 식당에 나가 주방일이며 설거지를 하는 일은 힘들지는 않았다. 조그마한 식당에 바빠도 잠시뿐이었다. 미영이를 모르는 주객들이 가끔씩 추근대었으나 그럴 때면 식당 주인이 나서 새댁이라며 면박을 주며 막아주었다. 미영이는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기태한테는 말하지 않았다. 누가 추근거렸다 는 얘기라도 들으면 가만히 있을 기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 미영이는 몹시 피곤하고 노곤할 때가 많았다. 속도 좋지 않고 매쓰꺼울 때가 많았다. 식당 주인이 지나가는 말로 애가 들어서는 게 아니냐고 했다. 미영이가 철렁했다.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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