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 <11>

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by Morpheus

미영이는 몇 날 며칠을 멍하게 보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아이가 들어섰다는 말을 듣는 순간 미영이의 가슴에는 버거운 삶의 무거운 또 하나의 짐이 철렁하고 얹힘을 느꼈다. 기태는 어떤 마음일까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기태는 자신의 피붙이가 생긴다고 좋아할까 아니면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앞으로의 삶에 어려움을 더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미영이는 정리되지 않는 내면의 갈등으로 기태에게 말하지 못하고 며칠을 흘려버렸다. 미영이 자신부터가 마음이 쓰렸다. 자신이 축복할 수 없는 이 삶 사이에 잉태한 생명이 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어쩌면 어린 날 자신이 걸어온 그 길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미영이 마음속에서 일었다 지워지는 반복되는 생각 넘어 현실에 부디치는 문제들이 미영이를 옥죄어왔다. 이 어둑한 지하 단칸방에서 어떻게 보듬어 살아나갈 것인가?

미영이는 아이를 가진 것이 마치 자신이 죄라도 지은 듯이 기태에게 말하는 것이 어려웠다. 기태에게 말하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기태의 반응을 알지 못함이 두려웠다. 일을 나간다며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는 기태의 속마음을 읽어내기도 어려운데
미영이의 뱃속에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태가 정녕 반길까 하는 생각이 되풀이되었다.

가슴에 답답함이 차올랐고 머리가 지끈거렸 다. 돌아누운 기태의 등뒤에 대고 아이가 생겼다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침묵 속에 미영이가 할 말을 찾았으
나 찾지 못했다. 기태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미영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얼마나 되었냐고 말하는 기태의 표정은 어둡고 무거웠다. 생각해 보잔다.

일하러 나간 지 사흘이 되도록 귀가하지 않던 기태가 밤늦게 돌아왔다. 저녁밥을 달라기에 미영이가 찬장 안에 있는 몇 가지 반찬으로 밥상을 차려냈다. 급하게 밥을 먹으면서 또 나가봐야 한단다. 뭔가 불안한 기색이 연연 했으나 미연이는 묻지 않았다. 기태가 주머니에서 제법 많은 돈을 내밀며 당분간 집에 들어오지 못한단다. 기다렸던 아이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방안을 서성이다 기태는 지하계단을 올라 떠나갔다. 반지하 창문을 통해 기태가 떠나는 잰걸음 소리가 겁하게 지나갔다. 뭔지 모를 불안한 마음이 홀로 남겨진 미영이의 가슴을 채웠다. 소슬한 늦은 밤의 고요가 방을 메웠다. 윙윙 거리는 이명(耳鳴)이 미영이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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