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 <12>

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by Morpheus

무겁고 답답한 시간이 좁은 지하 단칸방에 가득했다. 일상에 묻혀 바쁘게 지내긴 해도 문득문득 엄습하는 불안한 기운이 미영이를 자주 흔들어 놓았다. 기태가 집에 없을 때는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식당 주인인데 기태에 대한 일들을 물을 때는 할 말이 없었다. 기태가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게 아니냐고 할 때는 미영이 가슴은 철렁 했다. 처음에는 아니다고 강하게 기태 편을 들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미영이 믿음이 갈라지고 있었다.


기태가 당분간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 하고 떠난 후 미영이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 기태를 기다리는 마음도 점점 옅어져 갔다. 바깥에서 무슨 일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한 것보다 나쁜 짓을 하고 다니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커져갔다. 미영이 혼자 살아가는 데는 돈이 필요치 않았다. 식당에서도 많지는 않지만 일정하게 수입이 있기에 미영이는 모든 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있었다.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일이 없었다.


여름이 다 지나갈 무렵이 되니 미영이의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식당의 주인도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식당 주인이 미영이를 더 걱정했으나 대책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미영이가 아이를 낳게 되면 식당의 일손도 걱정하지 않을 수없는 일이다. 미영이는 막막했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도 어느 것 하나 매듭지을 수 있는 게 없었다. 뭔가 쫓기는 듯한 기태의 모습이 미영이를 자꾸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미영이가 늦게 식당일을 끝내고 돌아왔는데 집주인이 지하방에 내려왔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경찰 두 명이 찾아왔더란다. 미영이는 가슴이 철렁했다. 이유 없이 불안했던 마음이 이제는 기태가 뭔가 밖을 나돌며 나쁜 일을 하고 다니는 것이 분명해졌다. 경찰이 다시 오겠다고 하며 돌아갔다니 미영이는 무서워 졌다. 기태에 대한 무얼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다음날 아침부터 미영이는 고아원 에서 함께 지냈던 기태 친구들을 찾아 나섰 으나 모두 찾을 길이 없었다. 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그들 외에는 달리 아는 사람들이 없었다.


결국은 기태는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폭행과 절도행각을 수차례 저질렀단다. 야간에 주로 술 취한 취객을 상대로 폭행을 저지르고 금품을 절취했다. 여러 차례 반복된 폭행으로 경찰들이 쉽게 추적하고 체포되었 다. 고아원 출신인 점과 다른 범죄가 없는 점이 참작되어 처음에는 쉽게 풀려났다. 초기에는 주로 대전에서 나쁜 짓을 하다 아래 지역으로 내려갔다. 결국은 여러 지역에서의 동일 범죄가 이어지자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었다.


기태가 감옥에 있을 때에 미영이는 딸을 낳았다. 산파의 도움 없이 지하 셋방에서 식당 주인이 해산을 도왔다. 갈 곳 없는 미영이가 불쌍해서 식당 주인이 어미 역할을 해주었다. 그 당시는 산부인과가 드물었고 다들 집에서 아이를 낳았다. 콩밭을 매다가도 아이를 낳는 경우도 있었다. 미영이가 어떻게 딸의 이름을 송죽이로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언제부터 인가 식당 주인은 미영이를 송죽이 어미라고 불렀다. 송죽이 모(母)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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