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딸을 찾으러 떠나는 송죽이 모(母)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관우의 마음은 복잡한 생각으로 엉켜있었다. 송죽이를 찾아 얼른 오라는 말이 입속에 맴돌았으나 끝내 내뱉지 못했다. 피붙이를 가져보지 못한 관우였기에 그녀의 타들어가는 속을 어찌 알겠나 마는 그래도 의붓아비가 아닌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짧지 않게 살았는데 관우의 가슴에 애틋한 정은 깃들지 않았으나 송죽이를 찾으러 같이 가야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다.
송죽이 모(母)가 떠나고 나니 어둑한 밤공기 가 빈방에 가득했다. 빈방이라 해본들 두세 평 남짓한 시골집 방인데 송죽이 모(母)가 없으니 썰렁하게 느껴졌다. 관우는 벌러덩 누워 송죽이를 데리고 간 친부(親父) 를 생각했다. 간밤에 송죽이 모(母)로부터 고아원에서 같이 자랐고 폭행죄로 감옥에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근 출옥했을 거라고도 했다. 전남편에 대한 얘기는 알아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 관우는 깊이 묻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송죽이 모(母)을 다시 만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마음이 초조했다.
송죽이 모(母)가 떠난 뒤 가을걷이로 관우는 바빴다. 이집저집 벼 베는 일에다 타작까지 해주다 보니 날짜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송죽이 모(母) 소식은 없었다. 읍내에 나가 국밥집주인한테 물어봐야지 하면서 나서지 못했다. 일도 바빴지만 식당주인으로부터 송죽이 친부(親父)의 내막을 듣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폭행죄로 감옥까지 갔다는 사실이 관우의 마음을 닫게 만들었다. 하지만 송죽이 모(母)의 무소식에 관우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 국밥집주인 밖에는 달리 물어볼 데가 없었다.
관우를 만난 국밥집주인은 당황스러워했다. 그러나 송죽이 모(母)에 대한 지난 얘기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미영이와 기태가 만나 대전 변두리 식당에서 함께 지냈던 얘기며 송죽이가 출생하기까지 얘기를 촘촘히 했다. 감옥에 들어간 이후 기태의 외면으로 미영이 가 마음을 접고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관우가 송죽이 모( 母)를 만나기 전의 얘기는 처음 듣는 게 많았다. 관우는 어렴풋이나마 송죽이 모(母)의 과거에 대한 궤적을 알게 되었다. 송죽이 모(母)가 아닌 타인의 입으로 듣게 되어 좀 꺼림칙했다.
관우는 송죽이 모(母)의 지나간 삶에 대해서 가타부타할 개재(介在)가 아님을 잘 알았다. 처음 바로 이 자리에서 송죽이 모(母)의 시선을 아릿한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관우 자신의 선택한 여인이 아니었나? 딸린 송죽 이마저도 품고 가겠다고 했지 않았던가? 식당주인이 따라주는 막걸리 잔을 초점 없이 내려다보는 관우의 시선이 흔들렸다. 송죽이 모(母)가 첫 남자와의 정을 과연 떠날 수 있을까? 송죽이와의 부녀간의 혈연은 또 어떡하란 말인가? 관우는 한순간 기태의 마음이 되어 술잔을 기울였다.
이제 모든 것은 송죽이 모(母)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관우의 가슴속에는 야무지고 살뜰했던 그녀의 손길이 오래 전의 기억처럼 어른거렸다. 후회인지 미련인지 모를 잡히지 않는 송죽이 모(母)와의 지난 삶의 모습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좀 더 기다려보자라는 식당주인의 한숨 섞인 인사를 뒤로하고 관우는 송죽이 모(母)가 종종걸음으로 내려왔을 샛길을 터들걸음으로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