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 <18 >

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by Morpheus

감옥에서 기태를 마지막 보고 돌아서면서 부서지고 깨어졌던 삶의 조각들을 이제 붙이고 꿰매어 관우를 만났고 그래서 흔들 리지 않고 새로운 삶의 여정에 익숙해졌는데 이제 또다시 새로 시작하자고 하니 미영이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렇게 삶이 어긋나고 자신이 원하는 길로 가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니 이것이 그녀의 기구한 운명임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없었다.

어느덧 송죽이는 미영이의 품에 가득하게 자라있었다. 세 살이 다 되도록 기태라는 친부(親父)에게 무관심하게 버림받다시피 보냈고 관우라는 의붓아버지에게도 애정을 받지 못하며 자라온 송죽이의 어린 삶이 가련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 어린 삶이 자신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새로 시작하자는 기태의 말이 자신의 어렸을 때의 삶과 송죽 이의 앞날이 겹쳐 무언가 찾아야 하는 길이 있어 보였다.

송죽이를 찾으러 황급하게 왔던 길이 완전히 다른 형태의 발걸음이 되고 있었다. 미영이는 깊은 수렁에 빠져 고민에 휩싸였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기태와 관우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미영이 자신과 딸의 미래삶에 대한 갈림길이 되는 문제였다.

미영이는 비록 고아원이란 각기 다른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며 성장했지만 그 동기감 (同氣感)은 친형제자매 같이 끈끈했다. 그동안 기태와 만나고 헤어짐은 육신의 거리였지 마음속을 지워버리는 이별이 될 수없었다. 그것은 이별의 시간이 길고 짧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미영이는 알고 있었다. 미영가 기태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던 감옥에서의 헤어짐도 둘의 관계가 단절된 이별은 아니었다.

경주읍내 시장 바닥의 국밥집에서 관우와의 만남이 송죽이 모(母)에게 가벼운 결정이 아니었음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의지 (依支)할 곳 없이 살아온 자신의 어린 시절의 삶과 기태와 부부의 연(緣)을 맺은 것도 어찌 보면 송죽이에게 근본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의 고아원은 보호는 있었 으나 근본은 되지 못했다.

송죽이를 만나고 기태와의 재회가 몇 날을 넘겼다. 기태와 헤어진 후 미영이가 겪었던 절망과 아픔이 차츰 희석되어 옅어졌다. 막막했던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미영이를 향한 기태의 말과 행동에 진심이 느껴지고 예전의 불안했던 기태의 삶에 진지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태에 대한 편안한 마음이 미영이에게 스며들자 이젠 관우에 대한 생각이 미영이를 무겁게 했다. 송죽이가 기태의 피붙이임을 생각하면 관우도 미영이의 절실한 마음을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자 미영이 생각도 가닥이 잡혀갔다. 이 길이 가야 할 길이라고 미영이는 되뇌었다..

작가의 이전글단풍 丹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