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름다운 것들

by Morpheus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를 더욱 못 견디게 하는 것은 그 기억조차 우리의 뇌리를 떠나는 것이다.


한겨울 얼었던 개울이 봄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녹아 졸졸거리며 흐르는 맑은 물소리, 봄나물 캐러 가는 시골 아낙들의 등 뒤에 피어오르던 아지랑이의 하늘거림ᆢ


모든 것을 태울 듯이 이글거리며 내리쏟는 여름 한낮의 햇볕을 가려주던 플라타너스 그늘 사이로 불어오던 청량(清凉)한 바람이며 ᆢ


구름 한 점 없는 옥빛하늘 하나만 있어도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데, 달 밝은 밤 누가 불고 있는지도 모르는 퉁소 소리에 가을밤은 더욱 깊어가는데, 귀뚜라미의 청량한 울음소리는 가을을 읊는 운율(韵律)이 된다.


경주 南山의 돌은 다 옥돌이라 했던가? 옥돌 보다 더 반짝이던 금모래 은모래가 깔려있던 신작로를 따라 띠동갑 큰누님이 가마 타고 시집갔던 오릉(五陵) 길을 우리는 해마다 맨발로 마라톤을 뛰었지ᆢ


봉선화며 채송화, 그리고 다알리아꽃이 곱게 핀 화단이 가지런한 교실 앞, 아름드리 수양버들과 플라타너스 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운동장 높다란 단상 위에서 아침조회에 훈시(训示) 하시던 교장선생님의 카랑카랑하던 목소리ᆢ


추운 겨울날 아침 전교생 조회에서 제일 뒷줄에서 떨고 있는 나를 뒤에서 꼭 껴안아 추위를 잊게 해 주셨던 국민학교 1학년 첫 담임이셨던 박 jk 처녀선생님의 그 따뜻했던 체온을ᆢ


징검다리가 없어 차가운 개울물을 업어 건너 주시던 아버지의 널따란 등의 편안함은, 자식에 대한 가없는 사랑이었음을 알면서도, 자꾸만 옅어져 가는 기억이 불효임을 깨닫는다.


잊혀 떠나버린 아름다운 것들이, 시(诗)가 되고 노래가 되어 돌아와 주기를 기다립니다.

하얀 가을 달밤에 코스모스가 되어 피어나기를 기다립니다. 지나가는 바람이 되어 잠시 우리의 옷깃에 머물다 가도 좋겠습니다. 오래도록 떠나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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