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찾아 서산 기슭의 우거진 솔송나무 숲을 찾아드는 두루미의 귀소(帰巢)하는 울음소리는 새끼들을 향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새끼 송아지가 딸린 누렁이 암소를 앞세우고 쟁기를 지고 논둑길을 지나 신작로 옆 개울물을 건너는 옆집 교준이 아버지의 검정 고무신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에는, 저녁마다 빨래하던 시집간 큰 딸 그리움도 함께 흐른다.
어둠이 내려와 무거운 밤공기 사이로 개구리울음소리가 유난히 가까이 들려오는 여름밤이면, 마당 한가운데 깔아놓은 멍석 바닥에 놓인 박바가지에 가득 담긴 삶은 자주색 햇감자를 보며, 북녘 하늘을 바라보는 엄니의 눈가에는 서울로 유학 간 맏아들 그리움이 가득 고인다.
잎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에 대롱대롱 달린 주황색 감들이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반짝이는데, 빨간 고추잠자리 떼가 이리저리 유영할 때면 멀리 전근(转勤) 간 작은 누님의 다정했던 미소가 그리움 되어 아롱진다.
구슬땀이 무명 저고리를 적시며 밟아대는 초여름 보리 탈곡기의 웽웽거리는 소리 넘어 들려오는 "아이스케끼~" 장수의 구성진 목소리가 먼 그리움을 부른다.
길고 긴 동지 섣달 밤, 차가운 달을 보며 누렁이가 하릴없이 짖어 재낄 때면, 담 너머 에는 메밀묵 찹쌀떡 장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동네 골목길을 돌아 긴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고, 친정 나들이 나온 최 씨 댁 셋째 딸 갓난아기가 선잠에서 깨어 울어 재낀다.
사랑방에는 백 세도 넘게 사셨던 증조 할아버 지가 화로에 장죽(长竹)* 두들기시는 소리가 땅땅거릴 때면, 뒷마당 괴암나무 가지에 앉아 달그림자를 보며 울어 대는 부엉이 소리는 밤 깊은 줄 모른다. 두런두런 들여오던 증조할아 버지와 할아버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아, 사라진 것들은 메아리가 되어 세월 따라 맴돌고, 아련한 빛깔들은 그리움이 되어 기억의 화선지에 물이 듭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들임을 알면서도, 초저녁 엄니가 밥 짓는 시골집 부엌에서 피어오르는 실연기처럼, 그리움은 모락모락 황혼의 저녁 하늘 위로 퍼져갑니다. 기어이 잊혀 사라져 갈 그리움이라면 빛바랜 옷깃에 스며든 향수(鄉愁)가 되어 머물다 가도 좋겠습니다. 오래도록 맴돌다 가도 좋겠습니다.
*장죽(长竹): 긴 대나무 담뱃대